"많이 올랐는데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한국은행이 금 매입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보유 외화자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에 대비해 금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중앙은행이 200톤의 금을 매입한 데 이어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 매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외화보유액 기준으로 세계 6위 수준이지만 금 보유액 기준으로는 56위다. 또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수익률 측면에서도 미 국채 등 다른 자산과의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점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은행으로서는 금을 사지 않을 이유가 사야 할 이유보다는 많다. 우선 금 가격의 변동성이 심하다. 금을 샀다가 가격이 내리면 그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써야 한다. 지난 한해만 해도 금 가격은 고점 대비 저점 하락률이 30%에 달했다. 지금은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격 하락시 원금에 손해가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로 금은 무수익 자산이다. 달러화 등 해외 통화표시 채권을 사들이면 만기까지만 보유하면 이자+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금은 이자는커녕 원금보장도 담보할 수 없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에 대한 투자를 안 하는 대신 유가증권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때에 따라 수익률 차이는 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자산이 절대적으로 우위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번째로 지금 금을 사들이는 나라와 한국은 처지가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은 달러 결제의 수출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게다가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인도 등 금을 매입했거나 검토 중인 국가들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며 "불과 1년 전만 해도 달러화를 더 많이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보수적인 운용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과 다른 자산 간의 수익률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달러화 약세에 대한 방어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 구성은 달러화 자산이 64.5%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유로화 등 기타 통화로 채워져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예견하듯 달러화가 장기적으로 약세로 갈 경우 외환보유액은 금리 역마진 외에 환손실마저 입게 된다. 때문에 국정감사장에서도 매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등은 "금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외화자산 다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한은 관계자들도 "금 매입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안 한다.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는 '금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크지만 달러 약세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가 언젠가는 취해져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한은의 고민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