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노동이냐 봉사냐 … 종교인 과세 방식 뜨거운 논란

■ 정부 2월 국회서 입법 재추진 놓고 고심

기타소득 분류땐 "근로장려금 못받아" 반대 목소리

근로소득 처리하면 "신성한 종교활동 폄하" 거부감

'종교인 소득' 항목 추가엔 다른 직업군 역차별 문제


'종교활동은 노동인가, 봉사인가.'

철학 쟁점과도 같은 이 문제가 성직자들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종교인 과세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 입법을 재추진하려고 벼르는 가운데 종교계 일각이 근로장려금(EITC)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2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종교인의 소득을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내년 1월1일부터 과세하려는 기획재정부안에 대해 종교계 일각이 EITC를 받을 수 없는 방안이라며 반대를 하고 있어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세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종교인 소득을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으로 분류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정부안대로 기타소득으로 처리한 뒤 필요경비를 최고 80%까지 인정해주는 방법이 종교인으로서는 세 부담이 가장 적다"며 "그러나 기타소득으로 처리하면 EITC와 연계된 혜택을 못 받는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EITC란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정부보조금이다. 현재는 연간 총 급여 2,500만원 미만의 근로자에 대해 자녀 수와 급여액 수준에 따라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근로소득, 사업소득(방문판매원·보험설계원)이 있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관련기사



현행 제도 아래에서 EITC 혜택을 주려면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 역시도 쉽지 않다. 종교계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신성한 종교활동을 어떻게 노동행위로 폄훼할 수 있느냐'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불교는 무소유를 원칙으로 하고 기독교도 교리상 청빈과 자기희생을 기본으로 삼아 선교를 하는 종교이다 보니 이윤을 추구하는 노동행위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대해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소득세법상에 '종교인 소득'이라는 분류항목을 새로 만드는 방안도 정치권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세정당국자는 "그런 식으로 특례를 주면 예를 들어 '선생님 소득' '군인 소득' 하는 식으로 특수성 있는 직업군의 소득을 일일이 다 따로 분류해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다른 근로계층을 역차별하는 것이고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과세를 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반대했다.

이처럼 EITC문제가 불거지자 학계 일각에서는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종교인 소득을 보면 10명 중 8~9명은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면세점 이하 계층으로 나올 것"이라며 "따라서 종교인에게 EITC를 적용해주면 걷는 세금보다 ETIC로 나가는 예산이 더 많아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세금 내서 종교인들 호주머니를 채워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종교인은 EITC를 받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시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표심을 눈치 봐야 하는 여야가 종교인의 EITC 수령금지를 법안에 명시적으로 못 박는 방안에 동의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EITC를 적용해도 종교계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쪽으로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세정당국자는 "만약 종교인이 EITC를 신청하게 되면 혜택을 받을 요건을 갖췄는지 과세관청으로부터 검증을 받기 때문에 종교계가 정부에 점점 더 간섭받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종교계 스스로도 원치 않는 일이라는 논리로 임시국회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