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등 선진국 국채도 수요 늘어 강세 예상
유로화 가파른 하락… 한때 1.1弗 밑으로 떨어져
中 증시 대규모 부양책에도 2.41% 상승 그쳐
그리스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거부하면서 글로벌 자산시장도 크게 출렁거렸다. 아시아 증시와 유로화가 곤두박질친 가운데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과 은의 현물·선물가격은 급등세를 기록했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 국채도 시장 개장과 동시에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거세게 흔들며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가속화한 셈이다.
6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계속 늘렸다. 이날 오후2시 현재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0.0067달러 떨어진 1.1029달러를 기록하며 하락 압박을 받았다. 호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유로화 가치가 1.1달러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유로화 가치 하락이 지난달 27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한 직후 보였던 하락세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유로화가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3원50전 오른 1,126원50전으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도 그리스 위기 여파로 달러·엔 등 안전통화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유가는 그리스 사태의 여파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48% 하락한 배럴당 55.52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지난주에만도 5% 급락하는 등 약세를 기록했다. 그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유럽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원유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반대로 금·은 등 안전자산의 가치는 급등세를 보였다. 싱가포르현물시장에서 금 가격은 온스당 1,173.7달러로 0.5% 상승했으며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8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1,174.40달러까지 올랐다가 1,166.10달러로 전일 대비 0.25% 상승해 일단 안정세를 찾았다. 은 현물 가격도 온스당 15.7961달러로 0.6% 올랐다.
그리스 위기로 초래될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미국 국채 수요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CNN은 투자자들이 유럽 정부에서 발행한 채권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유럽 국채 중에서도 독일 등 우량국채와 미국 국채로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유럽 채권시장이 열리면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금요일의 0.79%에서 0.6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리스발 금융위기는 신용투자의 함정에 빠져 허덕이던 중국 증시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2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직접 시장에 투입하는 2차 증시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이날 상하이지수는 2.4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장 시작과 함께 7% 넘게 급등했던 중국 증시는 오후 한때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한편 중국 내에서는 내부 악재에 시달리는 중국이 외부 악재인 그리스 사태에 해결사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렉시트로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인 유럽 경제가 침체될 경우 중국 경제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리스 아테네 피레우스항구에 50억달러를 투자한 상황에서 그리스 경제악화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중국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쳉궈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그리스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첫 공식 입장 브리핑에서 "모든 당사자의 힘든 노력을 통해 그리스 경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그리스 부채 위기는 적절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