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예전의 콩지에가 아니었다

예전의 콩지에가 아니었다



좋은 바둑보다는 이기는 바둑을 두겠다. 이세돌이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밝힌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공연한 멋 같은 것은 부리지 않고 고정관념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상식적인 돌의 품위에도 구애되지 않고 오로지 이기는 길로 가겠다는 그 의지는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 이겼고 특히 준결승전(박문요와 두었던 일전)에서는 완벽하게 이기는 바둑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는 결정적인 고비를 만나면 냉정하고 침착하게, 정말 얄미울 정도로 정확하게 이기는 길을 찾아냈고 그의 행보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데 이 바둑, 콩지에와 치른 결승국에서는 그의 도모가 먹히지 않고 있다. 콩지에는 오히려 이세돌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예전의 콩지에가 아니었다. 기량도 충실해졌고 자신감이 넘쳤고 마음까지 안정되어 있었다. 그는 챔피언에게 필요한 덕목을 거의 구비한 것같았다. 이세돌은 이번 일전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콩지에가 자기의 상대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것. 아니 내공의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자기를 넘어서 있다는 것을. 흑27, 29는 이런 정도. 백30이 놓인 시점에서 흑이 이미 다소 거북한 입장이 되었다. 흑31로 달리 둔다면 참고도1의 흑1 이하 7로 바꿔치기를 하는 정도인데 흑이 좋다는 보장이 없다. 백32로 건너붙인 수는 회심의 수순이었다.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어서 이세돌은 흑33으로 끊었고 여기서 몸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주변의 배석이 척 보아도 백에게 유망해 보인다. 흑33으로는 참고도2의 흑1로 물러서서 흑7까지로 자중하고 싶다는 것이 송태곤9단의 견해였다. 그 길이 실전보다는 나았던 모양이다.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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