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6일] 가재는 게편?

오세훈 서울시장이 4ㆍ9총선 과정에서 뉴타운과 관련해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가 호된 곤혹을 당하고 있다. 오 시장은 한나라당 후보들이 서울에서의 압승 원동력 중 하나인 뉴타운 공약을 남발하고 다닐 때 제동을 걸지 않았다가 뒤늦게 뉴타운 조기추진 반대의사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총선 닷새 후인 지난 14일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2ㆍ3차 뉴타운 추진이 상당히 가시화될 때 4차 뉴타운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일러야 오는 2010년께나 신규 추진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올 들어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을 중심으로 지분값이 이미 5~20%나 치솟은 다음이었다. 야당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일부 후보들을 고발하는 등 정치적인 파장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오 시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몽준 후보 등 일부 후보들이 선거기간 중 “시장으로부터 뉴타운 지정 약속을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으나 침묵을 지켰다. 선거 전에는 그를 인터뷰한 모 언론이 머리기사로 ‘서울시 4차 뉴타운 10곳 추진’이라는 보도를 했으나 해명자료를 내지 않아 오해를 낳기도 했다. 특히 14일에는 논란이 된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선거 때 흔히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얘기에 불과하다”고 말해 ‘가재는 게편’이라는 억측까지 불러일으켰다. 물론 오 시장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1차 책임은 선심성 뉴타운 공약을 남발한 정치인들에게 있는 데다 그는 이미 후보들에게 뉴타운 조기추진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자칫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개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짐작된다. 그는 지난 2006년 시장선거 당시 35개의 뉴타운을 50개로 늘리겠다고 했다가 그해 말 시장이 폭등하자 무기유보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재개발 지역의 전용 60㎡ 이하 신축의 쪼개기 금지에 나서는 등 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오 시장에게 정치인 못지않은 비판의 칼날이 향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가 단지 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군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관급 특별시장이다.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좀 더 분명하고 소신 있는 공직자의 행보가 아닐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