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1월 6일] <1543> 전기면도기


깨끗하게 면도하면 장수에 도움이 될까. 그렇게 하면 인간 수명 120세도 가능하다고 믿은 사람이 있었다. 제이콥 시크(Jacob Schick). 면도에 대한 집착과 발명의욕으로 전기면도기를 개발한 사람이다. 면도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안전면도날이 등장한 시기는 20세기 초. 미국인 질레트의 발명(1904년) 이후다. 전기면도기는 이보다 4반세기 뒤에 나왔다. 시크는 1928년 11월6일 특허를 얻고 1929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광산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철도선로 전환기를 제작했을 만큼 발명에 특출한 재주를 타고난 인물. 21세에 육군 사병으로 입대한 뒤 미국ㆍ스페인전쟁 당시 필리핀에서 전공을 쌓아 7년 만에 장교로 임관됐으나 열대기후에서 얻은 이질을 안고 미국에 돌아왔다. 건강을 위해 찬 기후가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로 전출한 알래스카에서 시크는 병세호전과 함께 발명의 영감을 얻었다. 알래스카의 군 유선통신망 건설작업을 맡았던 시크는 세면하지 않고도 면도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 전기면도기를 떠올렸다. 이미 개량형 연필깎기, 급류형 보트 발명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새로운 발명을 위해 전역하고 전기면도기에 매달렸다. 1차 대전으로 군에 복귀해 종전시 중령으로 예편한 시크는 탄창형 안전면도기를 거쳐 1928년 전기면도기 발명에 성공했다. 시크의 전기면도기는 호사가의 소장품쯤으로 여겨져 고전했으나 곧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오늘날에도 안전면도기가 많이 사용되지만 매출액에서는 전기면도기와 안전면도기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전기면도기로 돈을 번 시크는 세무조사를 피해 48세 때 국적을 캐나다로 바꾸고 지주회사를 바하마로 옮겼으나 꿈꿨던 120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0세에 사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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