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14 중소기업경영대상] 시련 뛰어넘어 당당한 '완생'으로 미생들, 혁신·도전서 묘수를 찾다


"버텨라, 그것이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다 미생(未生)이다."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다. 미생이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살아있지 않은 상태, 혹은 그 돌을 일컫는다. 완전히 죽은 돌인 사석과는 달리 미생은 완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미생이라는 단어는 비단 직장인만인 아닌 대한민국 중소기업에 더 해당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도 힘겨운 상황이지만 주춤하던 일본마저 엔저를 무기로 한국기업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석이 아닌, 아직 미생일 뿐이다. 지금은 이리도 힘겹지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온전히 생존할 수 있는 완생으로 거듭날 수 있을 터.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이다.


녹용에서 추출한 면역성분으로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엔지켐생명과학은 중소기업 전용주식시장인 코넥스에서 시가총액 1,2위를 다툴 정도로 대한민국 생명과학 분야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야만 했던 시절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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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신약이 작용원리가 명확한 단백질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반면, 엔지켐은 신약관련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던 지질을 기반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개발초기만 해도 관련 전문가들은 고개를 흔들기 일쑤였고,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위기에 빠진 적도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글로벌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 하나로 버티고 버텨온 세월이 벌써 15년이다. 이제 엔지켐생명과학은 미생을 지나 완생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 FDA의 혁신신약이라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준비 중에 있다.

케이블 지지용 트레이를 생산하는 대한트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트레이 제조분야는 저가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업체들의 급부상으로 수출물량마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익률이 저조하다 보니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는 커녕 말 그대로 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한트레이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절약한 예산을 활용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이어갔고, 결국 기존방식 대비 2~3배로 생산성을 높인 자동접합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력이 완생을 맞이할지 아니면 사석으로 끝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중소기업은 완생을 향해 성장하고 있는 미생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수 싸움을 전개 중인 한·중·일 삼국의 바둑 한판. 결과를 떠나 이 바둑판 위의 모든 미생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셈이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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