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 롯데 정책본부가 작성한 ‘그룹 상황 설명 자료’의 계열사 관계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는 L투자회사들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L투자회사들은 2000년대 후반 일본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지분을 넘겨받아 설립된 것으로만 알려졌을 뿐, 뚜렷한 지분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처럼 L투자회사들이 롯데홀딩스의 100% 자회사라면, 지난달 15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될 만큼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의 실질적 경영도 도맡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자로 신 회장은 일본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등기를 마친 바 있다.
또 정책본부는 이 자료에서 롯데홀딩스 지분 3분의 1를 보유한 포장지회사 광윤사(光潤社)와 관련, “일본에 있는 포장지 회사로 신격호 총괄회장 가족 4명이 지분 99% 가진 가족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4명은 신 총괄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을 말한다.
신격호(94)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언급도 있다. 롯데는 “만 94세의 고령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기억력, 판단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3~4년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약을 복용 중이라는 롯데 안팎의 증언은 여러 차례 나왔으나, 롯데그룹 정책본부까지 직접 공식적으로 신격호 회장의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정책본부는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비슷한 규모의 재벌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요약하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2007년과 2009년 경영난을 겪는 계열사를 돕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주식 약 3,000억원어치를 출연하면서 지배구조가 불가피하게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책본부는 호텔롯데 상장을 지배구조 개선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상장후 호텔롯데 가치를 ‘시가총액 10조원’ 정도로 예상했다. 오너 일가가 등기 이사를 맡는 회사 수를 16개에서 10개로 줄이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그룹을 신동빈·신동주 두 형제가 나눠 맡아 경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책본부는 자료에서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을 적절히 분할해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법률상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창업자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룹을 분할 지배하는 것은 회사를 오너 일가의 사유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적법한 이사회를 거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돼 한국·일본 롯데 경영권을 모두 장악한 신동빈 회장의 정통성과 합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한국 롯데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롯데는 지난 11일 신동빈 회장의 경영분 분쟁 관련 대국민 사과에 앞서 이 같은 상황 설명 자료를 정부와 감독기관, 국회에 먼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