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줄곧 약세를 보여온 미 달러화가 이달 들어 돌연 강세로 돌아섰다. 제2ㆍ3의 '두바이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미국의 경기회복이 강(强)달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유로화 대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1유로는 1.4338달러에 거래되며 지난 9월 7일 이후 3개월 만에 1.43달러대로 떨어졌다. 엔화도 89.96엔까지 급등하며 한달 만에 90엔대를 눈앞에 뒀다. 달러화 가치는 3월부터 12월 초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주요국 화폐 대비 17% 떨어졌다. 하지만 '두바이 사태'가 발생한 직후 반등하기 시작, 달러 인덱스가 최근 2주 사이에 4.5% 수직 상승했다. 달러 강세는 '두바이 사태'가 그리스로 옮겨붙으면서 글로벌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날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의 A-에서 BBB+로 한단계 강등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으로 평가, 추가 등급 하향 여지를 남겨놓았다. 유로권(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일원인 그리스가 위기를 맞자 유로권 경제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국가 부채 비율이 높은 아일랜드ㆍ스페인과 동구권, 발트3국 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위험군 솎아내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달러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경기회복이라는 좀더 근원적인 요인도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 주간 단위 실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최근 들어 나온 각종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의 회복이 빨라지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있다. 11월 주택 신규 착공건수는 8.9% 증가했고 허가건수도 6% 늘었다. 금리 운용의 핵심인 고용시장 또한 안정되고 있다. 전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열악한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FRB의 금리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ㆍ일본 등의 경제회복은 여전히 부진하다. 영국은 11월 소매판매가 0.3% 감소하는 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금리를 가장 먼저 올리는 등 출구전략을 주도했던 호주도 12일 발표된 3ㆍ4분기 성장률이 0.2%에 그치며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은 아직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일본은행(BOJ)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부터 0.1%를 유지해오고 있다. BOJ는 특히 성명에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벗어날 때까지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달러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외환 전략가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달러가 오는 2010년 9월까지 유로ㆍ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담 레이놀드 소시에테제네랄(SC) 외환 전략가는 "달러화 가치가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전날 발표한 달러 투자 심리지수도 12월 51.99를 기록, 3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 강세를 의미하는 50을 넘어섰다. 달러화 강세는 그간의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3개월 달러 리보(Libor) 가 사상 최저 수준인 0.254%에 머물러 있고 엔화 리보보다도 낮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의 누적적자와 과도한 국가부채 등을 감안한다면 달러 강세로의 추세 전환은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