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에 다닌 진권용(20)씨는 지난 24일 하버드대 학부 졸업식에서 전체 졸업생 1,552명 가운데 다른 1명과 함께 수석졸업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 유학생이 하버드대 학부를 수석졸업한 것은 진씨가 처음이며 졸업학점은 4.0 만점에 4.0이다. 그는 최우등 졸업생에 선정됐고 최우수 졸업논문상도 받았다.
진씨가 3년 만에 학부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동부 명문 사립으로 꼽히는 필립스아카데미앤도버고등학교에 다닐 때 대학과목선이수제(AP) 시험에서 11과목 전부 만점을 받은 덕분이다. 진씨는 만점 졸업 비결에 대해 "수업 진도가 빨라 한 번만 빠지더라도 따라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고 수업 노트를 자세하게 작성했다"고 말했다.
학부생 시절 하버드 로스쿨과 케네디행정대학원 수업도 신청해 4과목 모두 최고학점을 받은 그는 오는 9월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한다. 다양한 학풍을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그는 미국 로스쿨입학자격시험(LSAT)에서 180점 만점에 179점을 얻어 지난해 12월 예일대ㆍ하버드대 로스쿨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진씨는 고교 시절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고 첫 출전한 전미 경제경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경제 관련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자신을 꿈꿨다. 하지만 이제 금융ㆍ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실패의 이면에 법과 규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로스쿨에서 금융 관련법을 주로 공부해 졸업 후 월가의 로펌이나 투자은행에서 경험을 쌓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으로 돌아가 금융시장 선진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진학을 앞둔 이번에는 "금융ㆍ국제통상 분야의 국가 간 소송에서 한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편 진씨는 생물학 수업을 듣던 교양학부 시절 '수혈에 의한 변형크로이츠펠트야곱병의 감염 위험과 정책대응'이라는 에세이로 '교양학부 최고 에세이상(Conant Prize)'을 받기도 했다. 이 에세이는 학부 1학년 교재로 채택됐다.
진씨는 서울 대치초등학교 6학년 1학기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와 홀로 유학 생활을 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야구ㆍ축구ㆍ아이스하키ㆍ미식축구 등 교내 운동부에 가입해 여러 운동을 하느라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었다고 한다. 운동부 활동을 통해 듣기와 말하기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운동광인 그는 초등학생 때 학부모ㆍ교장을 설득해 야구부를 창설하고 투수로 서울시 초등학교 야구대회에 나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