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디즈니에서 최초의 3D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처음 내놨을 때, 그저 가상의 캐릭터가 인간처럼 움직이는 모습만으로도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로부터 12년. 웬만한 3D애니메이션들은 이제 기술이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기술이 상향평준화 돼 버렸다. 이제 관객들은 더 이상 컴퓨터기술로 표현된 환상적인 화면에 열광하지 않는다. 마침 천편일률적인 가족 애니메이션의 내용에 대해 비판하는 평단과 관객의 불평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고,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에 성인취향을 잔뜩 가미한 ‘슈렉’, 미국사회의 가족문화를 변주한 ‘인크레더블’, 기존의 가족 애니메이션 형식에 팝 뮤지컬을 접목시킨 ‘해피 피트’ 등은 이런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던 작품들이다. ‘신나는 동물농장’은 코미디 전문가를 감독으로 영입해 웃음의 수위를 높임으로서 변화를 주고자 했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가족과 친구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가족 애니메이션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패치 아담스‘, ‘부르스 올마이티’, ‘너티 프로페서’ 등을 연출했던 스티브 오드커크 감독은 여기에 터들썩한 캐릭터 코미디를 가미한다. 그렇게 해서 시끌시끌한 난장판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로 활기가 넘치는 만화 한편이 탄생했다. 영화는 시골 농장의 동물들이 인간이 없는 곳에선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 법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어느 시골 마을의 농장. 농부가 잠자리에 들면, 매일밤 마구간에서는 가축들만의 파티가 벌어진다. 인간들처럼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TV도 보면서 삶을 즐기는 동물들. 특히 이들 중 가장 열성적인 것은 타고난 파티광 오티즈(케빈 제임스)다. 천하태평한 성격에 놀기만 좋아하는 송아지 오티즈는 친구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빈둥거리며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것들만을 말썽만 부린다. 반면 오티즈의 아버지이자 농장 가축들의 리더인 벤은 다른 가축들이 파티를 즐기는 동안에도 울타리를 지키며 농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코요테의 습격으로부터 가축들을 지키기 위하여 경계를 선다. 그러던 어느 날, 벤이 코요테의 습격에 목숨을 잃고, 우여곡절끝에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된 오티즈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깨닫게 된다. 영화에는 총 180마리가 넘는 동물이 등장하고 각각에는 재미있는 나름의 성격이 부여돼 있다. 이미 ‘너티 프로페서’ 등의 코미디를 통해 유쾌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데에 장기를 보인 감독답게 영화 속 동물들은 독특하면서도 생동감있다. 속도감 있는 영화의 내용에 비해 그림체는 따뜻한 편. 영화는 현실적인 인물묘사보다는 아이들이 좋아 할만한 이등신 캐릭터이고, 그림의 칼라 또한 원색을 많이 써 유아적인 느낌이 난다. 세계적인 어린이 TV채널 니켈로데온이 제작한 영화답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체에 유쾌한 유머를 접목시킨 재주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