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조화사회'의 부조화

중국의 관영신문인 인민일보는 지난주 ‘5ㆍ1절’ 연휴를 맞아 ‘함께 조화사회를 건설해 발전의 성과를 누리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요즘 중국에서 범람하고 있는 ‘조화사회’라는 용어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이념으로 조화사회ㆍ조화경제ㆍ조화국방ㆍ조화교육ㆍ조화농촌ㆍ조화민생에, 심지어 술자리에서는 ‘조화건배’라는 우스갯말까지 오갈 정도다. 그러나 정작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말은 ‘조화’가 아니고 ‘돈’이다. 최근 중국 국가어언자원검측연구센터가 출판사인 상무인서관, 인터넷 포털 업체인 신랑망(新浪罔)과 공동으로 조사한 ‘2006년 중국과 세계를 결산하는 대표 단어’에 투자한다는 의미의 ‘차오(炒)’가 조화를 뜻하는 ‘화해(和諧)’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인들은 특히 주식투자를 의미하는 ‘차오구(炒股)’, 부동산투자를 뜻하는 ‘차오팡(炒房)’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증시는 올들어 40%나 급등하면서 요즘 하루에 20만개씩 신규계좌가 생겨나고 있고 지난 3월 중국 대도시 집값 상승률도 5.9%에 달해 10개월래 가장 빠른 상승 속도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는 “조화사회를 기치로 ‘앞을 향해(向前)’ 달리자”고 국민들을 계도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못들은 척 ‘돈을 향해(向錢)’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조화사회의 균열은 통계수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중국사회과학원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07년 농촌경제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도시 주민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1만1,759위안(약 140만7,900원)으로 농민의 3.28배에 달했다. 이는 2005년의 3.22배보다 격차가 확대된 것이며 올해는 그 격차가 더 벌어져 3.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전체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의 수준은 농민이 도시민보다 7년이나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도시로 이주한 농민 출신 근로자인 농민공(農民工)의 삶의 질은 도시민의 53.2%, 월 소득은 965위안으로 도시취업자(1,713위안)의 56.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조화사회’ 건설을 구호로만 외치는 것은 아니다. 3월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는 올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국가장학금을 전년 대비 5배, 농촌 의료비 지원을 2배 이상 늘리는 등 조화사회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조화사회’정책이 중국인들의 ‘돈을 향한’ 거대한 행렬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지금 중국은 ‘조화사회’ 구호 속에서 ‘부조화’의 싹이 점점 더 크게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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