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용희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

비만 세포만 '정밀 타격'… 비만 악순환 차단<br>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 개발… '7주간 25% 감량' 임상실험 성공<br>심장·위장 질환 등 부작용 없고 당뇨·고지혈증 예방효과도 기대<br>글로벌 제약 회사 러브콜 이어져

김용희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최근 IT/BT관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에게 실험 지도를 하고 있다. /권욱기자

[10월의 과학기술자상] 김용희 한양대 교수, 비만 정복의 길 열었다

비만세포 정밀 타격해 심장·위장 질환 부작용 없이 비만 치료 가능


정상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과체중, 이를 넘어선 비만은 현대인의 ‘숙적’ 같은 존재다.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가 태반인데다, 비교적 열량이 높은 인스턴트 식품을 먹을 일이 많아 ‘잉여 열량’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만을 ‘게으름의 소산’으로 보는 인식이 높은 탓에, ‘덜 먹고 땀 나도록 운동하는’ 정도가 비만 치료 방법으로 권장되는 것이 사회 분위기다. 비만은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되면 고지혈증과 고혈압, 심장질환으로 연결되는 분명한 질병인데도 말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0월 수상자인 김용희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이 비만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해 냈다. 비만 세포만을 ‘정밀 타격’하는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한양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 교수는 “다이어트를 하다가 실패하고, 며칠을 굶은 뒤에 다시 요요현상으로 체중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바로 비만 환자들이 맞닥뜨린 위험”이라며 “이번 연구성과는 비만의 악순환을 막을 치료 방법을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포 투과 기능을 높인 비(非)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인 ATS-9R 펩타이드와 비만 치료용 유전자인 A-FABP shRNA를 모두 개발해 냈다. 한 마디로 비만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제(유전자)를 비만 세포만 골라 ‘정밀 타격’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ATS-9R 펩타이드와 A-FABP shRNA 개발은 김 교수가 둘 다 세계 최초로 이뤄낸 성과다. 김 교수는 “비만 치료 유전자 전달은 우리 몸에 내재돼 있고, 따라서 외부에서 유입돼도 부작용이 없는 물질이어야 하는데 연구 끝에 펩타이드를 선택하게 됐다”며 “또 A-FABP shRNA는 일반 세포로 지방이 흡수돼서 들어오면 기름기가 커지는 FABP(Fatty acid-binding protein-4) 레벨을 큰 폭으로 줄여준다”고 말했다.


임상 실험도 성공적이었다. 비만 동물 모델에게 ATS-9R 펩타이드를 이용해 치료용 유전자를 1주일에 두 번 씩 7주 동안 투여하자 몸무게가 25% 이상 감소했다. 췌장이 과도한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인슐린 저항성 역시 치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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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이번 성과는 전 세계 비만 치료 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제대로 된 비만 치료제가 없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를 통해 뇌의 비만 중추를 조절하는 유전자 치료가 연구되고 있지만 뇌에 전달체를 직접 투여해야 한다는 점, 생체가 이를 거부하는 면역반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비만 치료용 먹는 약도 나왔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김 교수는 “대뇌중추의 식욕을 억제하는 약과 지방을 흡수하는 약이 개발됐었는데 하나는 엄청난 심장 관련 부작용이, 다른 하나는 속옷이 항문으로 빠져나가 기저귀까지 차야 할 정도로 일상생활이 불편하다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만을 치료하자며 ‘융단 폭격’식으로 치료제를 쏟아붓는 형태였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가 상용화되면 앞으로 비만 치료 시장이 큰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제약 회사 등 여러 곳과 접촉하는 단계”라며 “다른 어떤 질병 치료제보다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동맥경화 등 비만에 따른 질병이 많은데 이에 대한 예방 효과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성과는 ‘선택적 유전자 치료 시스템’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비만 외에 암 같은 다른 질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항암치료는 정상과 암 세포를 가리지 않고 약물을 전달하는 형태인데, 선택적 유전자 치료 시스템을 도입하면 약 복용 횟수도 줄이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치료 비용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권욱기자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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