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보다는 위기 대응이 우선"… "금리인상 기조는 유지"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 한은 기준금리 2개월 연속 동결 <BR>美 더블딥 가능성 "거의 없다" 일축 <BR>물가전망치 4%, 여전히 유효 밝혀 <BR>인상시기 다소 늦어져 연말께 한차례 예상

1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김중수 한은 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대외여건 불안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호재기자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 내지 '동결' 여부보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에 쏠렸다. '국내파'인 이성태 전 총재와 달리 '국제파'인 김 총재가 미국발 충격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김 총재는 물가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환율전쟁'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예외없이 금리를 동결해왔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미국발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에 대한 한은의 판단에 주목했다. ◇미국 '더블딥' 가능성 거의 없다=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총재는 미국경기 둔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만연체식' 어법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모호한' 표현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려는 의도가 읽혔다. 김 총재는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거의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그는 "일부에서 '리세션(경기침체)'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리세션은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가리킨다"며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플러스 성장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간 미국이 성장을 못했지만 올해 1ㆍ4분기와 2ㆍ4분기에 플러스 성장을 했다"며 "미국의 경제위기 극복속도가 빠르지 않아 걱정하지만 너무 많이 나갈 필요는 없다"며 시장의 과민반응을 경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유지 선언에 대해서는 "FRB가 시장과의 소통을 더 정확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매우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캐나다 중앙은행도 2010년 6월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한 뒤 7월에 금리를 인상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에 대해 김 총재는 "쉽게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 FRB가 QE1, QE2처럼 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유사한 효과를 내는 수단을 검토했지만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어 추진하지 못한 것 같다"며 "오는 26일 잭슨홀미팅에서 QE라는 단어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가불안 여전… 금리 정상화 기조 변함없어=김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국제유가 안정에도 불구하고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적정 금리수준(4%)을 예로 들었다. 다만 한은이 제시한 물가전망치 4%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4% 달성은 어려운 목표이지만 그렇다고 수정할 의향은 없다"고 전했다. 금리 정상화에 대한 김 총재의 발언에 따라 관심은 추가 금리인상 시점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발 충격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9월 금통위가 추석연휴에 앞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정도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미국 사태로 인해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연말까지 한 차례 정도의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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