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변명 급급한 오바마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각국의 투자자들은 왜 미국 내부의 잘못 때문에 엉뚱한 피해를 입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그의 발언 이후 오히려 낙폭을 키우며 급락세로 마감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반성의 기미는커녕 사태 책임을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일부 신용평가기관이 뭐라고 하던 우리는 언제나 'AAA' 등급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미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은 S&P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원인이 '정치 논쟁'이라고 밝히며 부채 증액 발목을 잡은 공화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세계 제일의 금융 대국 수장이 변명만 늘어놓는 것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시장이 오바마 대통령에 원한 것은 미국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중장기적으로 어떤 플랜을 세워 미국 재정적자를 줄여나갈지, 더블 딥 수렁에 빠진 미 경제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지에 대한 구체적 밑그림을 내놓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미국 경제도 지금처럼 수렁에 빠졌지만 그는 전임 정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보다는 세금 정책을 정비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며 "오바마는 30년 전 역사책을 들춰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맞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레이건 사례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남 탓 공방에만 몰두한다면 투자자들은 미국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미국이 다시 'AAA'등급을 받기는커녕 글로벌 금융시장은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 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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