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중국의 불길한 징조

<파이낸셜타임스 28일자>

중국 금융당국이 자국 은행 보호를 위해 외국계 은행의 활동을 제한하겠다는 어제 스지량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은 시기 적절치 못하다. 최악의 경우 이것은 중국 경제가 다시 보호주의로 후퇴하는 불길한 징조일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오는 2007년 1월까지 중국이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금융산업의 구조적 허약함을 감안할 때 이는 중국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국은 금융 시스템의 선진화와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이러한 조치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 실제로 류밍캉 은행감독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외국계 은행들이 중국 은행과 경쟁을 하거나 중국 은행과 파트너가 될 경우 이것은 중국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또한 금융산업의 구조개혁을 추진해왔고 보다 엄격하고 예견 가능하며 투명한 규제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스지량 부위원장의 발언은 이러한 노력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그는 중국 금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내 외국 은행들의 사업확장은 견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국 은행들은 두개 이상의 중국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제한들이 중국의 WTO 가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베이징은 공식적인 진입 장벽을 마련하지는 않으면서 대신 불투명한 시장조작 방식으로 교묘하게 국제 의무 사항을 피해나갈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신뢰에 의문을 던지고 금융개혁을 후퇴시킬 것이다. 스지량의 발언은 또한 정치적으로 봐도 시기가 좋지 않다.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미국 의회는 중국의 공정하지 못한 제도에 대한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중국의 조치는 중국산 수입품을 제한하려는 미국 의회의 시도에 반격을 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중국은 자국 경제나 무역 관계 등의 문제에 있어 자신들의 의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혼란을 더하고 있다. 중국은 시장 자유화와 제도 개혁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보다 분명히 밝힘으로써 이러한 혼란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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