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금리정책의 딜레마

대부분 경제연구소들이 올 하반기 경기는 상반기보다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높은 4.5%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경기회복이 탄력을 받아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화 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율이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침체했던 민간소비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소비심리 개선 및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 등으로 소폭 개선되고 있다. 건설투자도 부동산경기 하강에도 불구하고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정부 발주가 늘어 지난해 감소세에서 올해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같이 대부분 거시경제지표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아져 당초에는 4.0%를 예상했으나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4.4%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반기 성장률은 조정하지 않아도 올해 전체 성장률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술 더 떠서 하반기의 경제성장률을 한은보다 높은 4.6%로 전망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이 같은 자신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 발표에 뒤이어 지난 12일 한국은행은 마침내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4.75%로 높였다. 최근에 물가오름세와 심상치 않은 과잉 유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렇다면 한은의 경기전망은 금리인상을 위한 정지 작업이었나. 올해 우리가 당면한 경제 여건 중에 주요 불안요인은 역시 환율과 금리이라고 본다. 환율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에 따라 원화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도 올해에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수출중소기업들이 채산성 악화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수출 증가와 외국인의 주식투자 자금 유입 등으로 외화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것이 원ㆍ달러 환율을 떨어뜨려 수출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렇게 들어오는 외화가 국내 유동성을 크게 늘려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 가격을 폭등시키는 요인이 된다. 환율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외환을 매입하기도 어렵다. 그럴 경우 국내 유동성이 더욱 늘어 물가 압력과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과잉 유동성을 환수하고 부동산 및 증시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콜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금리 상승도 여러 가지 부작용과 역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특히 금리와 환율간의 상충관계로 인해 금리인상 효과가 상쇄되는 경향이 있다. 유동성 환수를 위해 금리를 올려도 고금리를 따라 유입되는 외국 자본이 유동성을 오히려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콜금리를 올리자 각종 예금ㆍ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환율도 한때 최저점으로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이 경기를 저해할 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금리인상 발표 후 증권시장의 주가지수는 오히려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인상으로 유동성 축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한은은 앞으로 몇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시장에서 집값의 추가 하락을 유발하고 건설경기는 더욱 침체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도 금리가 오르면 환율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강세로 수출은 더욱 어려워지며 경기는 후퇴할 것이다. 정부가 한은의 금리인상 직후 외화단기차입규제안을 발표한 것도 금리인상에 따른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느냐, 아니면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하느냐 이것이 문제다. 올해 하반기에도 내수 및 경기의 소폭 개선으로 일자리 창출은 저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경기지표가 소폭 개선된다 해도 고용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한은의 전망에 따르면 하반기에 설비투자는 오히려 둔화되고 건설투자와 민간소비도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상반기의 경기가 비교적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 금리인상의 빌미를 주었을 뿐이다. 하반기 이후에도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위험요인들이 적지 않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는데다 세계적인 고금리 확산, 미국 및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이 세계 경기를 급속히 침체시킬 수도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 가계부채 확대, 단기외채 급증 등 국내 요인들도 주시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단순한 경기지표의 미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견조한 경기회복세로 이어질지는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와 참여정부의 임기 말 경제 운용 방향에 달렸다고 본다. 참여정부는 이제라도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낮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 경영환경 개선으로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대선을 몇 달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방만한 재정 지출과 인기 영합적인 경제정책으로 참여정부 말년에 경제를 망가트리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