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일 이뤄지는 저축은행 청문회는 18대 여대야소 국회에서 특정 현안을 놓고 벌어진 첫사례이다. 특히 4ㆍ27재보선을 앞두고 피해자가 4만명이 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중요한 저축은행 사태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듯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더욱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헌재ㆍ진념 전 경제부총리, 전광우ㆍ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감원장 등 경제금융당국 전ㆍ현직 금융정책 수장들이 한꺼번에 증언대에 서 눈길을 끌었다.
0…이번 청문회는 지난 3월 야당이 예금보험 특별계정을 수용하면서 요구했던 것인 만큼 여야 간에 치열한 전ㆍ현 정권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이 전 부총리가 그동안 증인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아 불출석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허태열 정무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의 설득으로 20일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재경부 장관이던 지난 2000년 저축은행 예금보호한도 확대를 실시했다는 이유로 진 전 부총리와 함께 한나라당의 타깃이 됐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 전 부총리가 불출석할 경우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엄포를 놨으나 청문회를 진행한 여야 정무위원 다수의 요구로 끝내 청문회에 참여했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는 전ㆍ현 정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책임이 있다"며 "들여다볼 수록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경우 2006년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88클럽'을 도입해 저축은행 PF 대출부실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어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윤 장관과 이헌재ㆍ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오후4시 반 넘어 함께 출석했다.
O…이날 청문회에는 오전에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부터 여야 의원들이 감독당국에 대한 질타를 퍼부었다. 박선숙 의원은 "그동안 수없이 저축은행 사태를 경고했으나 당국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불편을 끼치고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당은 전 정권, 야당은 현 정권 책임론을 집중 제기했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는 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의 부도덕한 영업행태와 이를 관리ㆍ감독해야 할 (현 정권) 금융당국의 무능이 결합된 합작품"이라고 밝혔고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부터) 금융당국은 건전성 감독과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로 '폭탄 돌리기'만 해온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전체 증인 34명 가운데 일부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와 감사 등 6명이 건강악화와 검찰 수사를 이유로 불출석하기도 했다.
O…이날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금감원 자료를 바탕으로 영업정지된 8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현재 해외 PF 대출 규모는 3,900억원으로 전체 저축은행 해외 PF 대출액(5,135억원)의 75.9%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해외 PF 대출이 부실 은행들에 집중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부실사태가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책임자의 재산환수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예보자료를 분석해 2003∼2011년 2월 말 현재 저축은행 부실책임자의 관련 재산 환수 실적은 총 86억원으로 전체 부실책임액(1조5,677억원)의 0.005%에 그쳤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