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高환율시대 희비 엇갈려

유학생·여행사등 '울고' 수출업체·이태원상가 '웃고'최근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올라 고 환율 추세가 이어지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달러를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환차손'을 감당하며 달러를 구입해야 하지만 달러로 급여를 받는다던가 달러를 다량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때 아닌 '환차익'으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 1,300원 선에 머무르던 환율이 지난달 29일 이후 매일 큰 폭으로 오르다 정부의 개입으로 며칠새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치솟을 가능성이 남아있어 달러 거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학생자녀 둔 가정 고민 커=미국에 자녀 둘을 유학 보낸 L씨(45ㆍ서울 강남구 신사동) 부부는 생활비 2,000달러를 송금할 때를 놓치고 적절한 환전 및 송금시기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L씨는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송금시기를 미뤄왔다"며 "만일 지난 97년 말처럼 환율이 안정되지 못하고 연일 춤을 춘다면 유학 보낸 지 1년 여 만에 아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학을 준비해 온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유학 가서 쓸 돈도 문제지만 지금 당장 큰 폭으로 오른 토플(TOEFL)등의 응시료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 미국영어평가기관(ETS)는 올해 TOEFL의 경우 응시료를 110달러, GRE는 125달러, GMAT은 190달러로 정했지만 응시료는 원ㆍ달러 환율과 연동되기 때문에 매일 바뀐다. 더구나 반드시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결제시점의 환율이 껑충 뛰어오르면 추가부담액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여행 업계도 환율급등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97년에도 환율 폭등으로 기업들의 해외출장 및 각종 해외여행이 취소되거나 연기, 상당한 피해를 보았는데 다시 악재를 만났다며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C여행사의 K이사(40)는 "최근 경기침체로 여행사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1~2달 전에 받은 예약 손님의 추가부담을 여행사가 떠안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외환사업부의 이종면 과장은 "일반인들도 환율변동 추이에 항상 관심을 가지되 외국에 송금이 잦은 경우에는 환차손 보전 상품이나 외화예금 상품에 가입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상대 상가는 '한몫'기대=반면 '환차익'으로 표정관리가 어려운 곳도 많다. 수출업체들은 물론 이태원 상가의 주인들도 환율상승으로 외국인들의 돈지갑이 두둑해진 것을 계기로 상점매출이 느는 '달러특수'를 예상하고 있다. 이태원에서 가죽제품을 판매하는 P(45)씨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흥정을 하는 편이어서 조금만 가격이 안 맞아도 그냥 가버리곤 한다" 며 "아무래도 이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 만큼 쇼핑객이 더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일부 외국인회사에 근무하며 급료를 달러로 받는 직원들의 경우 가만히 앉아서 더 많은 급료를 받게 되는 셈이어서 내심 기쁜 표정이다. 다국적기업의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B(35)씨는 "달러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아무래도 환전해 사용할 경우 일정금액이상 급여를 더 받는 셈이어서 예상치 못한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K(27ㆍ여)씨는 "같은 돈을 받고도 주머니가 더 두둑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 급등으로 나라 살림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나 혼자 좋다고 할 수 없다" 며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하루 빨리 환율이 안정되어 제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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