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고위 경제관료들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경제예측 부문 자회사인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은 8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현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부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은 “한국 정부는 방대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지난 19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그러나 “정부가 금융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내놓는 말이나 행동이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번주 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발언하자 은행주가 폭락한 것처럼 실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정부가 지난주 말부터 연일 시장안정대책회의를 열고 은행들에 달러를 확보하라는 등 위기감을 조장하는 게 시장의 혼란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9월까지 당당했던 정부가 갑자기 10월부터 당황한 듯하며 거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은행장들을 불러놓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은 불에다 기름을 붓는 꼴로 불안심리만 더 자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