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금융시장의 가장 '큰손'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공모에 응모한 후보자 20여명 가운데 2명이 최종 후보로 압축됐고 최종 낙점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150조원에 달하는 운용기금을 움직이는 탓에 그의 말 한마디에 채권ㆍ주식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시장의 15%, 주식시장의 3%를 차지한다. 기금운용본부장의 말이 한은 총재의 그것과 맞먹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콧대 높은 해외기관도 국민연금에 구애공세를 펼치고 있다. 올해 해외투자분이 5조3,000억원에 달하고 매년 그 규모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 자산운용을 따내기 위해 유명 투자금융기관 임원, 펀드매니저 등이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뉴욕 월가 신입 펀드매니저의 연봉에 못 미치는 ‘박봉’임에도 이번 공모에 전문가들의 지원이 쇄도한 것은 이러한 자리의 매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영광만큼이나 고충이 많은 자리이기도 하다. 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큰 까닭에 조금만 실수해도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각종 위원회, 정부부처의 압력도 크다. 지난해 재정경제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의 사회간접자본(SOC)ㆍ주식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나섰던 게 대표적인 예다. 운용과정에서도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정부대표, 시민단체, 가입자단체 대표 등 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 때문에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판단을 하기 힘든 상황을 종종 겪을 수밖에 없다. 초대 운용본부장이 임기를 다 못 채우고 중도사퇴한 것이나 현 본부장이 지난해 운용과 관련해 정부와의 이견으로 한 차례 사표를 썼다는 사실은 이런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내외 경제흐름에 정통하고 탁월한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외압과 맞서는 용기와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신중한 처신도 요구된다. 그리고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 시점에서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선택한 후에는 철저히 믿고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트럭 운전기사를 뽑아놓고 짐칸에 앉게 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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