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이 30% 정도는 줄은 것 같아요. 작년 이맘 때쯤이면 여름까지 중고차가 잘 나갔는데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서울 장안평에서 RV(레저용) 중고차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스카이모터스 최관 사장은 요즘 걱정이다. 중고차 판매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최근에는 기름값마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상하게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에 중고차 판매가 계속 줄고 있다”며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중고차 시장은 불황의 연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경기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중고차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본래 중고차 시장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욱 활기를 띠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문을 닫는 업체까지 속출하고 있다.
24일 중고차 매매상으로 구성된 ‘서울시 자동차 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지역에서 판매된 중고차는 총 5,708대로 지난 3월의 7,619대보다 25%가 줄었다. 특히 차량의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차량에서 판매가 감소, 전통적인 비수기인 1월(총 6,523대)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서울 영등포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양동현 새롬모터스 사장은 “상류층은 자동차 구입에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그러나 중산층 이하는 중ㆍ대형차를 사려다 경차를 구입하든지 아니면 구입시기를 늦추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매매업소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경우, 지난 4월에 판매된 중고차는 총 3,414대로 지난 3월의 3,652대보다 줄었다.
광주도 지난 3월에는 총 3,212대가 팔렸지만 지난 달에는 2,857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판매 가격을 내리면서 안감힘을 쏟고 있다. 인천지역 중고차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대략 200만~300만원 내렸다. 가장 잘 팔리는 2000년식 아반테 XD(오토)는 지난 해에 900만원에 거래된 것이 7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고 소나타 2,000cc도 지난해 보다 300만원이 내린 700만~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바닥을 거듭하면서 문을 닫는 중고차 판매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대전지역 중고차 매매상사는 227개였지만 올 들어 폐업ㆍ통폐합이 이뤄지면서 212개로 줄었고, 수원지역 매매상사도 5개 업체가 폐업신고를 했다.
지방의 한 중고차 판매업자는 “고유가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지 걱정된다”며 “외환위기 못지 않은 불황을 어떻게 이겨낼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지방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