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를 실시한 나라에서 병원 입원기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요양기관 입원율이 오르거나 의료사고가 증가한 곳이 많습니다. 또 입원 기간이 줄어든 게 환자에게 유리한 건 아닙니다."(대한의사협회)
오는 7월부터 맹장ㆍ치질ㆍ제왕절개 등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이 시행되지만 제도를 시행하는 복지부와 의료공급자 간 시각이 너무 달라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1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포괄수가제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유럽ㆍ미국ㆍ호주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포괄수가제의 긍정적인 사회 영향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라인하르트 부세 베를린 공대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포괄수가제 지불 제도는 다른 지불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료량을 적절히 유지하고 환자 회피 위험이 낮으며 효율성ㆍ투명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배경택 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역시 "지난 2002~2010년 7개 질병군의 지불제도별 진료비 지출 규모 증가율을 보면 행위별 수가제 3.3%, 포괄수가제 2.7%로 나타나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진료비 상승률이 훨씬 높았다"며 포괄수가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국내 의료기관의 포괄수가제 참여율이 낮은 데 대해 복지부 측은 "의료 공급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상급종합병원 참여율은 2003년 4.8%에서 2011년 0%로, 종합병원은 46.5%에서 24.5%로, 병원은 47.9%에서 39.9%로 떨어졌다. 의원만 유일하게 62.5%에서 81.5%로 증가했다.
반면 의사 등 의료공급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선택적 포괄수가제하에서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것을 단순히 의료공급자의 이기심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각 진료과별 진료 특성이 인정되지 않고 투입 자원에 비해 진료비 등 보상체계가 미비해 참여율이 저조한 것"이라며 "특히 종합 및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의원 및 병원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비용이 많이 드는 중증 환자가 많지만 현행 포괄수가제는 그것을 적절하게 보상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포괄수가제를 적용한 나라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곳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많다"며 "환자를 중심으로 한 충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하며 정부 측의 일방적인 포괄수가제 적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 측은 진료비 지불제도 개혁을 이루려면 '진료수가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사용한 수술재료가 10만원이든 30만원이든 간에 똑같은 비용을 받는다면 당연히 10만원짜리 수술재료를 사용하게 되고 이는 결국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원가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기형적 진료수가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수가제=특정 질병 혹은 시술에 총 진료비를 정해두고 지불하는 제도. 입원 일수, 주사 및 검사 종류 및 횟수 등 제공된 서비스 양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금액을 지불한다. 개별 진료 행위별로 진료비를 지불하도록 돼 있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불필요한 검사 등 과잉진료를 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라 2002년부터 원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선택적으로 도입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