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투기업 우대, 국내 기업에 반의 반만이라도 해보라

정부가 외국인직접투자(FDI) 촉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9일 내놓은 FDI 활성화 방안은 세계적 기업의 본사와 지역본부(헤드쿼터)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방위 파급효과가 워낙 커 세제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정도로 역점을 뒀다. 헤드쿼터 소속 외국인 임직원에게 소득세를 영구 감면하기로 한 조치는 가히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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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갖가지 FDI 유인책을 해마다 내놓았다. 그런데도 유치금액이 일정 수준 늘어난 뒤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FDI 규모(도착 기준)는 95억달러로 2006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최근 7년 동안 100억달러선에서 맴돌고 있다. 이 바람에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FDI 비중은 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질적 측면도 좋은 편이 아니다. 외자를 유치해도 고용창출 효과가 너무 떨어진다. 외투기업의 수출기여도는 20%이지만 고용 비중은 고작 6%에 머문다. 이번에 법인세와 임대료 감면혜택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맹점을 조금이라도 타개해보자는 취지다.

갖은 대책에도 FDI가 양적·질적 측면에서 정체된 것은 외국 기업을 겨냥한 맞춤형 단발성 대책만으로는 외자유치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파격 감세를 골자로 한 이번 대책도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여기서 말하는 충분조건은 내외 기업 모두에 두루 적용되는 투자환경 개선이다. FDI 활성화는 지속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지만 그에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우리 기업의 해외탈출 최소화다.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는 FDI의 3배를 넘는다. 격차도 갈수록 벌어져 자칫 국내 성장기반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시장개척 같은 불가피한 사유라면 어쩔 수 없지만 투자환경 악화로 등 떠밀려 밖으로 나가는 것만큼은 최소화해야 한다. 외투기업 우대책의 반의 반만이라도 우리 기업에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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