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극 무대로 간 유오성

‘테이프’서 첫사랑 못잊는 마약판매상 역할맡아

젊은 시절 벌어진 사건들 중 때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도 있다. 연극 ‘테이프’는 고교 동창들이 10년 만에 만나 그들 사이에 있었던 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진실을 말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빈센트(유오성)와 단짝친구 존(김경식)과 에이미(김보경)는 삼각관계였다. 10년이 지난 후 세 사람은 미시간주 한 모텔에서 만난다. 영화감독이 된 존이 영화제에 참가하게 되자 빈센트를 초청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존은 막 살고 있는 빈센트를 “고등학교 이후 진화하기를 거부하는 팬티 바람의 인간 쓰레기”라고 훈계를 한다. 빈센트는 겉으로는 자원봉사 소방관이지만 실제로는 마약사범으로 연명해서다. 빈센트는 그런 존의 위선에 구역질을 느낀다. 사회성 짙은 영화로 성공한 감독이 됐지만 10년 전 존은 그의 첫 사랑 에이미를 강간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존의 위선을 벗기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식 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캐묻는다. 빈센트의 끈질긴 추궁에 존은 “과도한 언어적 압력으로 그녀를 무너뜨렸다. 에이미를 강제로 누르고 눕혔다”라며 그날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다. 빈센트는 존의 자백이 녹음된 테이프를 가방에서 꺼낸다. 모텔에 도착한 에이미까지 세 사람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빈센트는 그날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테이프에 담긴 자백이 이 누구를 위한 진실인가를 두고 세 사람의 승강이가 계속된다. 하지만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빈센트는 에이미를 위해 테이프에 녹음했지만, 사실은 첫사랑을 빼앗긴 자신의 마음을 보상 받기 위한 것이다. 막이 내리면서 흘러나오는 흘러간 팝송 ‘I’m Sorry’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가 그때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미안하다”는 노랫말이 세 사람의 마음을 대변한다. 97년 ‘칠수와 만수’ 이후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유오성은 마약판매상으로 살아가는 순진한 빈센트역을 맡아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런닝셔츠와 팬티바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 앞에서 마약을 코로 흡입하고, 대마초를 천연덕스럽게 피우는 모습은 영화 ‘친구’의 준석을 보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다. 오는 15일까지 공연을 마친 후 대학로 소극장으로 옮겨 장기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02)764-6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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