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1만호특집/파생상품의 시대] 파생금융상품의 두얼굴

기고 : 林俊煥(경제학박사·금융연구원)지난 5월초 우리나라에서 금융선물거래소가 출범을 계기로 주식, 금리, 환율 관련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금융자산의 가격 변동성확대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제거한다는 긍정적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하는 당사자나 동상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은 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 엄청난 손실을 발생시켜 순식간에 도산할 수 있다. 따라서 파생금융상품이 과연 유익한 지 아니면 투기심리를 불러 일으키는 유해한 수단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결론을 내리면 파생금융상품사용에 따른 위험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동상품의 사용을 주저하는 것은 비행기를 버리고 자동차나 배로 여행하는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비행기가 상용화되기 이전에는 다른 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와 배를 이용하여 갈 수 있었지만 시간과 편리함의 면에서 볼 때 전통적 교통수단은 비행기의 경우에 비해 상당히 불편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비행기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망할 가능성은 자동차나 배의 경우에 비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후자만을 보고 비행기의 이용이 유해하다고 주장하여 비행기여행을 금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 그 보다는 비행기 자체의 기술적 결함을 보완하거나 비행조정사들의 안전 항법지식을 제고시킴으로써 사고위험을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이하에서는 미국의 유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LTCM, LONG-TERM CAPITAL MANAGEMENT)의 파생금융거래실폐사례를 들어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에 알아 보고자 한다. 작년 가을 미국 헤지펀드인 LTCM이 복잡다기한 파생금융상품을 취급했다가 예상이 빗나가자 엄청난 거래손실이 발생하여 도산 직전에 처하게 되었고 이와 동시에 LTCM에 자금을 빌려준 주요 대형은행들도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한편 미연방준비위원회는 LTCM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금융당국이 건전성 감독규제 대상이 아닌 LTCM에 대해 채권은행단으로 하여금 구제금융을 지원토록 개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일 뿐 더러 이러한 지원은 많은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지원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여 제2의 LTCM의 출현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파생금융상품 취급에 따른 대형은행들의 손실발생이 금융의 제도적 위험(SYSTEMATIC RISK)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손실을 입은 대형금융기관들의 예금자들이 도산을 우려함에 따라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하고 이는 다시 금융시스템의 정상적 기능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당국자들은 파생금융상품 사용에 따른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동 상품에 대한 직접 규제방식도입을 옹호하였으나 실제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실은 파생금융상품 그 자체가 위험스러운 면도 있지만 동시에 위험관리수단으로서 선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파생금융상품의 선기능이란 금융자산가격의 변동성에 대해 효과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한다. 금융의 자율화 및 개방화로 세계금융시장이 통합됨에 따라 수익창출의 기회가 확대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활용하여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신축성의 결여로 인해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파생금융상품을 활용하면 위험관리 비용이 절감될 뿐 아니라 보다 효율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파생금융상품의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동 상품에 대한 금융지식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내부적 위험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위험관리시스템이란 위험을 파악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수량화하여 최고 경영자층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보고절차과정을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파생금융상품이 선인가 악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적절한 위험관리 시스템의 구축 및 시행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위의 예에서 살펴 볼 수 있듯이 LTCM 채권은행들이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것은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채권은행들은 LTCM이 사용한 복잡다기화된 파생금융상품거래구조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용을 과다하게 공급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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