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하 한계수위” 한목소리/PCS 투자비 앞으로 1조5,000억/기지국 공용화·로밍 등 서둘러야「어느 업체가 살아남을 것인가」
아직 PCS(개인휴대통신)업체들이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서기도 전에 이같은 비관적인 질문들이 이동통신업계에 파다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사업권을 따기 위해 대기업간에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정도로 「노다지」로 여겨지던 이동통신 시장이 불과 1년만에 생존을 걱정해야할 상황으로 반전된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쟁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업계의 이같은 우려가 결코 엄살이나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말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단말기 할인 판매로 경쟁하던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다. 단순히 보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준이 아니라 사활을 건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PCS업체와 이동전화업체들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20만원의 보증금을 2만원의 보증보험으로 대체한데 이어 아예 보증금을 받지 않겠다고 나선 업체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과연 정상적인 이윤을 내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 3사는 올해만 각기 8천억∼9천억원을 시설 투자에 쏟아부어야 하는 것을 비롯해 오는 2000년까지 각각 1조3천억∼1조5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이는 통신요금의 수준과 관계없이 서비스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돈이다. 지금처럼 경쟁적인 요금 인하 상황에서는 투자비 회수마저 어려울 수도 있다.
게다가 가입자 확보도 PCS업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기존 이동전화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가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지난달 20만원의 가입보증금을 2만원의 보증보험으로 대체한데 이어 이달 중순께 통화요금과 기본료를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PCS업체들은 투자비를 고려해 1백50만∼2백50만명을 가입시켜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어도 한 두 업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근거는 이렇다. 국내 이동통신 수요의 한계치는 전체 인구를 고려하면 1천2백만명 정도인데 이중 기존의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올해안에 5백80만명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나머지 6백20여만명을 놓고 5개 사업자들이 내년부터 쟁탈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산술적으로 1백20만명에서 1백30만명 가량이 각 PCS업체들에게 돌아갈 몫인 셈이다.
상황이 어렵기는 기존 이동전화업체들도 마찬가지.
신세기통신은 지난해 1천4백억원의 적자를 냈고, 평균 20%의 고속성장을 계속하던 SK텔레콤도 지난해 수익율이 8% 성장하는 선에 그쳤다. 또 올해 신규투자해야할 돈만 SK텔레콤이 1조7천억원, 신세기통신이 6천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최근 실시한 보증금의 보증보험제 전환에 따라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각각 3천5백억원, 5백50억원을 기존 가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무엇보다 PCS의 등장으로 가입자 확보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요금을 낮춘다면 그만큼 수익율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자 통신업체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통신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면밀한 시장 분석 없이 비슷비슷한 사업자를 무분별하게 양산하여 막대한 자금을 중복투자로 허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열악한 영업환경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허약해진다면 결국외국 거대 통신업체의 좋은 먹이거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기지국 공용화, 상호 로밍 등을 통해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백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