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4홀·9번째 연장전서 최혜용 꺾어<br>■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 유소연(오른쪽)과 최혜용이 24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 5번 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 /KLPGA제공 |
|
선수도 갤러리도 모두 숨을 죽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9번째 연장전 18번홀. 유소연(19ㆍ하이마트)과 최혜용(19ㆍLIG), 동갑 내기 라이벌은 둘 다 홀 3미터에 볼을 붙였다. 유소연의 팔이 힘차게 돌아갔고 볼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버디를 낚은 유소연이 지난해 신인왕 대결에서 최혜용에게 진 빚을 갚는 순간이었다. 유소연은 24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입술을 맞췄다.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고자 했던 최혜용은 다시 한번 우승 문턱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승부가 결정되기까지 유소연은 이 날만 무려 44홀을 소화해야 했다. 오전에 펼쳐진 4강전에 이어 결승전, 9번이나 이어진 연장전. 새로 즉위한 매치플레이 여왕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정도로 힘든 하루를 보냈다.
4강 상대부터 만만찮았다. 16강전에서 ‘절대강자’ 서희경(23ㆍ하이트), 8강전에서 ‘디펜딩챔피언’ 김보경(23ㆍ던롭스릭슨)을 차례로 꺾으며 파죽지세로 올라 온 정혜진(22ㆍ삼화저축은행). 유소연은 힘겨운 승부 끝에 1업으로 승리하며 피할 수 없는 라이벌 최혜용과 결승에서 마주했다.
유소연은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1번홀(파4)과 3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으며 2업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인 최혜용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6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하며 한때 3다운으로 뒤졌지만 7번홀(파3), 10번홀(파4)을 따내며 1다운으로 따라 붙었다. 조심스레 유소연의 우승이 점쳐질 무렵 최혜용은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운명의 18번홀(파5). 최혜용은 티샷에서 실수를 범하며 왼쪽 러프에 빠뜨리더니 아이언 샷도 그린을 벗어나 러프에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행요원이 볼을 밟아서 땅속 깊이 박히기까지 했다. 경기 위원을 불러 볼의 상태를 재조정했지만 이미 집중력이 흐트러진 뒤였다. 유소연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가 왔지만 버디 샷을 놓치며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고 연세대 체육교육과 09학번으로 나란히 입학한 두 라이벌의 맞대결은 쉽게 결정이 나지 않았다. 최혜용이 실수를 하는가 하면 유소연도 마무리를 짓지 못 하고, 최혜용이 끝을 내는 듯 싶으면 유소연이 끈덕지게 따라 붙었다. 두 선수 모두 카트를 타고 이동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질 즈음 유소연의 숏게임이 힘을 발휘했다. 유소연은 5번째 연장에서 엣지에 떨어진 볼을 파로 막으며 위기를 모면한 데 이어 8번째 연장에서도 12m 거리의 파를 성공시키며 안도했다. 9번째 연장에서 결국 버디를 잡아내며 승리한 유소연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이보다 앞서 펼쳐진 3, 4위전에서는 정혜진이 이현주(21ㆍ동아회원권)를 제치며 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