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술취한 직장인들 '부축빼기' 표적

20일 오전 6시께 회사원 A(32)씨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눈을 떠보니 자신이 경찰서 강력팀 소파에 누워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전날 밤 동료들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술을 마시다 택시를 타고 다른 친구를 만나러 마포 방면으로 간 이후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A씨는 자신이 새벽 2시께 애오개역 주변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지갑을 털려 피해자 진술조서를 써야 한다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말로만 듣던 `부축빼기'를 당한 것이다. 다행히 A씨의 지갑을 턴 범인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회식 등으로 술취한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부축빼기가 늘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술에 만취한 뒤 긴장을 풀고 길거리를 안방 삼아 드러누웠다가는 십중팔구 부축빼기의 먹잇감이 된다. 홍대ㆍ신촌 등 유흥가를 끼고 있는 마포경찰서의 경우 이달에만 6명의 부축빼기 사범을 잡아들였다. 부축빼기는 무방비 상태인 취객의 지갑을 노리는 범죄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보도에 걸터 앉아있거나 쓰러져 잠든 사람들이 이들의 주 타깃이다. 만취해 인사불성이 된 회사원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범행 대상. 경찰에 따르면 부축빼기 사범들의 범행 수법은 대체로 유형화돼 있다. 이들은 일행처럼 취객의 옆으로 다가가 깨우는 척하면서 상의 안주머니나 바지뒷주머니를 툭 쳐보고 지갑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멀찌감치 떨어져 주변의 시선을 확인한 뒤 다시 취객에게 접근해 깨우는 척하면서 순식간에 지갑을 훔쳐 달아난다. 이때 차량으로 이동하는 전문털이범들은 재빨리 차를 몰고 도망가며, 도보로 이동하는 털이범들은 일단 대로를 건너 맞은편 인도로 도망간다고 한다. 심지어 자전거를 이용하는 범인들도 있다는 것. 대부분의 털이범들은 지갑을 훔치면 나중에 경찰에 붙잡히더라도 시치미를 뗄 수 있도록 남의 물건임이 드러나는 신용카드나 신분증 등은 거의 손대지 않는다고한다. 지갑에서 현금만 재빨리 꺼내들고 나머지는 쓰레기통 등에 버린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하더라도 "현금은 원래 내돈"이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를 대비해 캠코더로 범행 현장을 찍기도 한다. 경찰은 몇 차례에 걸쳐 깨우고 귀가를 독촉해도 인사불성인 취객들의 경우 하는수 없이 주변에서 잠복해서 범인들이 접근하도록 해 검거하기도 한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지갑을 슬쩍하는 부축빼기라고 해서 좀도둑 정도로 여겨서는 안된다"며 "부축빼기 가운데 취객이 반항하면 `퍽치기'나 강도로 돌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