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매일 한편씩 쉽게 읽을 수 있는 한시집

■ 한시 365일 (이병한 엮음, 궁리 펴냄)


"봄비 가늘어 방울로 맺히지도 않더니/ 밤중에 보슬보슬 소리 들리네/ 눈 다 녹아 남쪽 시내 물이 불고/ 풀잎 파릇파릇 새싹이 돋았네." 고려시대 충신 정몽주의 한시 '춘흥'(春興)은 시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무심코 지나치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봄비를 어쩜 이렇게 단아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지긋이 눈감고 가슴속에 되풀이 해보면 어느새 봄비가 머리 위로 내리는 기분이 들 정도다. 한시를 아끼며 늘 가까이에 두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애호가들이 많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살다 보면 한 달에 시 한편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운 게 현실. 이런 점에 착안, 서울대학교 중문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1년 365일 하루에 한편씩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집 '한시 365일'을 엮어냈다. 이규보ㆍ정지상ㆍ서거정ㆍ황진이 등 고려ㆍ조선시대의 위대한 시인들은 물론 두보ㆍ이백ㆍ구양수 등 중국의 가객들이 전하는 명시들이 담겼다. 저자는 각 한시들을 먼저 풀이해서 읽은 뒤 원문과 함께 설명을 곁들여 독자가 쉽게 감상하도록 했다. 본문 하단에 각주 형식으로 어려운 한자들을 정리, 한시 원문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수록 작품마다 날짜를 적어 그날에 맞는 시를 찾아 읽으면 된다. 왕안석의 '봄날의 안타까움'이라는 한시 한편을 더 소개한다. "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 기다리는 마음/ 그 꽃잎 마구 먼지에 더럽혀질까봐/ 놀이꾼들이사 봄 아낄 줄 모르고/ 지는 꽃잎 즈려밟고 봄을 찾아 나서누나."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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