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원화 국제화' 금융허브 묘약될까

정부 "하반기 TF구성 외환거래자유화案 마련" <br>외환규제 여전·국내 거래규모도 턱없이 적어<br>"환투기등 국제화부작용 먼저 고려해야" 지적도

참여정부가 출범 2년여만에 처음으로 ‘원화의 국제화’란 화두를 끄집어 냈다. 원화의 국제화란 외국인 등 비거주자들이 국내에서 원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통용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해외에서 무용지물인 원화의 위상을 제고하지 않고서는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금융허브가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 아래, 하반기부터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 시기를 앞당기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2003년 7월8일 낯선 호주인 2명이 한국은행 발권업무팀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 관광객들이 해외 유명 관광지 분수와 연못에 던진 거액의 한국 동전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도록 ‘지급수단 등의 수출입 허가’를 요청했다. 현행 외국환관리법상 1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갖고 한국에 입국하려면 세관신고를 거쳐야 하며, 원화일 경우 신고 외에 한은이 수출입 허가를 해야 한다. 이들은 모아 온 동전 2,500만원을 한은에서 1만원짜리 지폐로 바꾼 뒤, 서울 시내의 모 은행에서 달러화로 다시 바꿔 출국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해외에서 원화를 사용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1년 2차 외환 자유화 때 1만달러가 넘는 원화를 밖으로 가져갈 때 세관 신고만 하도록 간소화했지만, 해외에서 사용된 원화가 국내로 다시 들어오는 것은 외국환관리법상 금지돼 있다. 현지 외국 은행들이 원화를 사거나 팔지 못함에 따라 중국과 베트남 등 일부 관광지에서 원화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적정환율로 대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정부가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10여년이 흘러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다시 ‘동북아 금융중심’이라는 메뉴에 원화의 국제화를 재포장 했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국민경제 자문회의 일부 위원의 경우 “원화의 국제화로 외국인이 원화를 갖게 되면 부동산 투기도 가능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원화의 국제화가 실현될 경우 환 위험 회피는 물론 환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당장 원화를 투자수단으로까지 허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계적으로 원화의 휴대반출입에 대한 규제를 푸는 한편 1만달러로 제한돼 있는 원화반출입 한도를 확대하는 등 비거주자들이 원화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하고 나아가 동북아 지역에서 원화가 국제통화로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여건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기에는 국내 외환거래 규모가 너무 적다는 것. 현재 하루 평균 외환거래규모는 100억달러 정도로 싱가포르(1,000억달러)나 홍콩(670억달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외환거래 비중도 한국은 고작 2.2%에 불과한 반면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109%와 41%에 달한다. 국내 채권시장이 취약한 것도 국제화에 걸림돌이다. 외국 투자가가 살만한 장기국채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회사채는 더더욱 없다. 그 결과 국내주식투자중 외국인 비중은 50%를 육박하는 반면 채권 투자는 너무나 미미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원화의 국제화가 이뤄지더라도 수요가 있느냐를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환규제를 풀어도 외국인들이 원화를 보유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원화 국제화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국제화에 따른 폐해가 이익보다 크지 않아야 한다”며 “국제화로 인한 환 투기 등의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원화국제화에 상반되는 관련 규제는 풀어주는 한편 국제화 진전에 따른 환율변동성 확대 등 금융시장 안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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