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0월 15일] <1524> 부패방지법


'매표행위 금지, 선거운동 비용 제한.' 1883년 10월15일, 영국 의회를 통과한 부패ㆍ부정행위 방지법(Corrupt and Illegal Practices Prevention Act)의 골자다. '부패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세계 최초의 반(反)부패 법안으로 영국의 치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법이 나온 배경은 심각한 부패. 오랜 의회민주주의의 역사를 가진 영국은 향응방지법(1696년)ㆍ매수금지법(1729년)ㆍ부패행위방지법(1854)을 잇따라 제정했으나 유권자들은 후보자에게 공공연히 손을 내밀었다. 입법조사 과정에서 인구 1,000명당 875명꼴로 돈을 받은 유권자가 나온 선거구도 있었다. 오죽하면 '선거의 승리자는 Mr Most(가장 많이 주는 자)'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법 제정에는 빅토리아 여왕과 글래드스턴 총리 간의 알력도 작용했다. 여왕은 글래드스턴이 이끄는 자유당이 1880년 총선에서 압승한 이듬해 초 의회 시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총선 때 몇몇 지역에서 발생한 부패관행은 통탄할 만한 일이다.'총리직을 두번째 맡게 된 글래드스턴은 다른 인물을 총리로 올리려던 여왕의 뜻을 알아차리고 더 강력한 조치를 택했다. 여왕의 퇴임 압력에 개혁으로 응수한 셈이다. 2년간의 사전조사 과정에서 글래드스턴은 다시금 놀랐다. 자유당의 부패행위가 많았던 탓이다. 당 내외의 반대를 뚫고 나온 부패방지법은 영국의 선거풍토를 크게 바꿨으나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는 데는 30년이라는 세월이 더 걸렸다. 제도가 아니라 유권자의 인식이 변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한국도 나아질 수 있을까. 부패와 관련된 인물들이 버젓이 고위직에 오르는 세태를 보면 '부패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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