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나올 때마다 ‘특별소비세 파동’이 떠오른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1년 정도 앞둔 2001년 11월15일 정부와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불쑥 특소세 인하안을 공개했다. 인하 시기와 세율 조정 폭 등이 확정되지 않은 인하안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소비자들이 인하 대상 품목의 구입을 늦추거나 계약 해지신청이 쇄도해 자동차와 일부 가전제품 출고가 중지되고 조업이 차질을 빚는 등 혼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9일 여야 합의로 서둘러 특소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급한 불을 껐다.
시장은 그만큼 정책에 민감하다. 조그마한 틈만 보여도 비집고 들어가 정책 효과를 무력화하고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부동산시장에서 한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오르는 이른바 ‘풍선 효과’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는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대형 대책만 무려 9차례 쏟아냈다. 그런데도 시장은 그때마다 코웃음을 쳤다. 결국 참여정부 4년이 지나도록 ‘부동산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앙’이라던 외환위기를 3년 8개월 만에 졸업한 것과 대조적이다.
백약이 무효이던 부동산시장은 다행히 지난 ‘1·11대책’ 이후 호가하락이 이어지고 거래가 끊기는 등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초 “이번에는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아직 시장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금이 비수기인데다 막대한 부동자금이 여전히 부동산시장을 떠나지 않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대책의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민간아파트분양가상한제 도입이나 분양원가 공개로 인한 공급 위축과 품질 저하, 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등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31일 펀드 설립 등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분양가 인하에 집착한 나머지 ‘싼 게 비지떡’인 아파트가 양산돼 실수요자의 구매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서툰 정책은 반드시 시장의 ‘반란’을 부른다. 정책 당국은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에 자만하지 말고 허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