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기업] 외자유치 속도늦춘다

대기업들이 환율하락과 대외신인도 상향 조정가능성 등을 반영, 외자유치 속도를 늦추고 있다.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확신할 수 없는데다 대외신인도가 향상될 경우 외자도입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면서 외자유치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지난해말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면서 조만간 대규모 외자유치를 성사시킬 계획이라고 예고했으나 올들어 이렇다 할 실적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통신은 미국의 N사로부터 2억5,000만~3억달러의 자본을 유치키로 하고 의향서를 교환, 지난해말 최종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세부조건에 대한 이견이 돌출, 최종계약이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중공업의 경우 중장비부문 매각을 위해 일본업체와 접촉, 지난해말 일본측 최고경영자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으나 최종타결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유통부문에서 외자유치를 위해 유럽의 대형유통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최종성사는 다소 늦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자동차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자본유치나 삼성전자의 인텔 외자유치협상도 큰 줄기만 알려졌을 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다만 지분 50%를 매각, 아랍에미레이트(UAE)로부터 5억달러 유치를 추진중인 현대정유의 경우 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조만간 최종합의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대기업들의 외자유치 작업이 주춤한데 대해 세부조건 타결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측면과 함께 최근의 환율급락 움직임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엔 국내기업들이 워낙 절박한 처지라 외자유치협상에 적극적이었으나 올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진 분위기』라며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자본투자를 추진중인 외국기업들은 원화환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들어오려는 반면 국내업체들은 시간을 두고 가격조건을 흥정하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모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지난해만큼 달러를 절실히 필요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대외신인도가 상승곡선을 타고있어 협상전략만 잘 세우면 충분히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5대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이미 금융기관들에 대규모 외자유치를 약속한 만큼 이미 진행중인 협상을 마냥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환율변수등을 감안하는 속도조절에도 불구, 외자유치 협상 자체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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