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LG그룹:15/중 호남성장사 LG서광전자(한국기업의21세기비전)

◎전공정 자동화… 연 컬러브라운관 100만대 출고/「중국 내수시장화」 선봉장 “우뚝”/인근에 철도·공항 등 물류망 최적… 제2라인 확장속 “흑자경영” 초읽기중국 호남성의 성도 장사. 공항에서 40여분을 달려 장사시 중심가를 거쳐 도착한 LG서광전자유한공사의 첫인상은 군계일학과 같다는 것이다. 주위의 허름하고 낡은 건물들 사이에 초현대식 공장건물이 우뚝 서있기 때문이다. 주위의 건물은 중국측 합작파트너인 호남서광전자집단의 기존 공장. 중국측이 공장부지를 제공하고 그 위에 LG전자의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브라운관 생산라인이 들어서있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북쪽으로 3시간 거리에 그 유명한 명승지 동정호가 있고 남동쪽으로 3시간 거리에 모택동의 생가가 있다. 6·25로 우리에겐 특별한 감정이 있는 모의 고향인근에 한국기업의 현지공장이 들어선 것은 격동하는 역사의 한 단면인가.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고 팔 수 있는 거대시장이 있으면 뛰어들어가는 LG전자의 의욕적인 해외진출전략을 이곳처럼 실감할 수있는 곳도 드문 것같다. 이 공장 1층의 생산라인에서는 연간 1백만개의 21인치 및 25인치 컬러브라운관(CPT)이 출고되고있다. 값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있는 투자행태에 대한 선입관 탓인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있는 점에 놀라게 된다. 2층의 전자총조립실. 청정도 유지를 위해 우주인복 비슷한 흰색작업복을 입은 1백여명 여성근로자들의 작업모습은 LG전자 구미본사공장에 와있는 착각을 하게한다. 전자파를 발산하는 전자총은 브라운관의 핵심부품. 핵심기술은 여전히 구미본사에서 개발하고있지만 조립은 이곳에서 하고있다. 일손이 많이 들어 인건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중국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수준은 7백50위안(약7만5천원). 중국국영기업의 임금보다는 40%이상 높은 수준이나 한국공장 근로자임금의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근무의욕과 생산성은 『한국근로자와 별로 차이가 나지않는다』고 박재관 기술지원실 차장은 지적한다. 철저한 교육 및 연수가 실시되고있는 덕분이다. 현지근로자 2백명은 지난해 5개월간 구미공장에서 연수교육을 받았다. 중국에 돌아온 이들 2백명의 사원들이 다른 근로자들에게 배운 것을 전수했다. 그 결과 CPT 제품불량률은 올10월에 0.8%로 국내공장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공장 3층의 연수실에서는 1천4백여명의 종업원에게 신입사원교육, 중간관리자과정, 한국어 및 영어 등 수많은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하고있다. 이 연수실을 방문한 호남성정부측은 성정부관리들의 연수를 의뢰했다고 한다. 구미공장 연수를 거친 등제민 제조부장은 『회사일이 곧 자기일이라며 최선을 다하는 본사공장 직원들의 자세에 감명받았다』며 『이곳 직원들도 연수와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중국 브라운관시장 장악을 위한 장사 공장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컬러TV의 보급률이 23%에 불과한 중국에서 CPT 등 각종 브라운관의 시장잠재력은 엄청나다. 문제는 이 황금시장에 대한 외국기업의 진입을 중국정부가 자국기업육성 차원에서 점차 규제하고있다는 점이다. 일마쓰시타(송하)전기의 북경현지법인과 네덜란드 필립스전자의 남경공장에 이어 LG전자의 장사공장이 거의 막차를 탓다는 것이다. LG전자에 앞서 호남성정부와 합작협상을 벌였던 일본의 도시바(동지)사가 협상실패책임을 묻어 책임자를 징계했다는 후문은 LG전자가 얼마나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는가를 반증한다. LG전자의 장사진출은 「브라운관 월드톱(세계일류)전략」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오는 2천년까지 9천억원을 투자, 4천3백만대의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7개 해외생산기지를 구축하려는 이 전략에서 장사공장은 최대시장으로 부상할 중국내 핵심거점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북경에 중국지역본사인 LG전자 중국유한공사를 설립, 중국진출의 총지휘역할을 맡게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12개제품을 생산하는 10개 현지생산법인이 이미 가동중이며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화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있다. 천진이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 전기제품의 거점이라면 장사의 LG서광은 CPT CDT 모니터 전차총 및 컬러TV 등 영상제품의 복합단지로 육성된다. 장사지역에 영상관련 제품을 수직계열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LG서광은 수직계열화를 위해 전자복합단지를 장사시 성사개발구에 구축할 예정이다. 컬러TV 모니터 및 핵심부품인 편향코일, 고압변압기(FBT) 공장이 들어선다. 이에 앞서 장사시내공장의 제1생산라인옆 부지에는 제2생산라인의 건설이 한창 진행중이다. 올 8월부터 20인치 및 21인치 CPT 생산라인 건설에 착공했으며 내년에는 CDT 라인 및 28­33인치 와이드TV라인이 설치된다. 이 증설계획이 완료되면 오는 2천년에 중국시장내 컬러브라운관 시장점유율 18% 및 현지법인 매출액 9억달러를 달성, 중국내업계 3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나아가 2005년에는 중국업계내 최고기업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G전자와 호남서광전자집단은 지난 93년 8월 기술 및 설비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94년 3월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자본금은 5천5백만달러이며 LG측이 51%, 서광집단측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 95년1월부터 공장건설을 시작, 올해 5월 28일 구본무 LG그룹회장 구자홍 LG전자사장 정종욱 주중한국대사 및 왕무림 호남성 당서기, 양정오 호남성장 등 3백여명의 중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거행됐다. 생산설비의 대부분은 한국제로 부산에서 상해를 거쳐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가 동정호안의 악양까지 배로 운송됐다. 악양에서 장사공장까지는 컨테이너 트럭으로 옮겼다. 이 수송로는 LG서광의 브라운관 수출 및 한국산부품 수입선이 되기도 한다. 장사지역 투자 결정에는 이같은 해상 및 하상운송로의 잇점을 충분히 고려했다. 내륙지역이지만 전국각지로 연결되는 철도망과 국제공항 등을 갖춰 물류조건도 좋은 편이다. 호남성 최대 전자회사로 부상하고있는 LG서광에 대한 호남성정부와 지원과 정성은 대단하다. 법인세는 이익발생후 2년간 면제이고 그후 3년간 50% 감면되며 지방세는 10년간 면제된다. 또 관세징수유예, 설비에 대한 관세면제 등 각종 혜택도 있다. 양호남성장은 평태홍 총경리(사장)에게 『애로사항은 직접 얘기하라』며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있다고 한다. 만만디로 알려진 중국인의 여유와 느긋함으로 인한 사업차질은 거의 없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내 사업의 관건인 인맥과 행정절차 측면에서 LG서광은 매우 유리한 입장인 셈이다. LG의 인간존중 경영이념은 인맥과 정을 중시하는 중국문화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남서광전자집단에서 파견된 이운산 수석부총경리는 『LG는 인정미가 넘치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있는 것같다』며 『한중 양국기업이 함께 일하는데 윤활유가 되고있다』고 말했다. LG서광의 중국내 주요 경쟁업체는 역시 마쓰시타, 필립스 등 외국현지법인들. 그러나 LG서광의 제조원가는 이들 업체보다 더 저렴하고 품질은 더 좋다. 현지의 저렴함 부품 및 자재조달 활용면에서는 같은 조건이나 최첨단설비 및 기술력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있다는 자신감이다. LG서광은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흑자경영을 이룩할 수 있다<장사=안순권> ◎인터뷰/평태홍 LG 서광전자 총경리/임금 저렴하고 부품 현지조달 원활… 98년부터 판매실적 1위 가능 LG서광의 총책임자인 평태홍 총경리는 LG전자가 브라운관 생산을 시작하기전 일본에 파견되어 연수를 받았으며 구미본사 공장장을 역임한 한국 브라운관 제조사의 산증인이다. ­LG전자가 장사공장을 건설한 가장 큰 목적은. ▲중국내 1백개가 넘는 TV업체에 브라운관을 직접판매하는 자체 영업망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호남성정부는 해안지역과는 달리 수출의무비율을 25%로 낮춰주는 등 내수시장진출에 매우 유리한 혜택을 줬다. ­준공식을 한후 3개월만에 제2생산라인 건설공사를 서두른 배경은. ▲CPT생산의 경제규모는 2백만대이다. 현재 1백20만대인 생산능력을 3백만대로 늘려 고정비의 제조원가 비율을 낮춰 이익률을 높이겠다. ­양국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문제점은. ▲대국기질의 중국인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이해할때까지 설득해야한다. 그러나 일단 납득하면 열심히 일하는 민족이다. ­노동법상의 애로사항은. ▲거의 없다. 근로자들의 단체인 중국의 공회는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친선단체로 보면된다. 중국은 내년 5월부터 주5일제가 의무제가 된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이미 주5일제를 실시하고있다. 4개 근무조를 3교대 하므로 근로자들은 주5일 근무하게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사업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 중국내에서 웬만한 부품은 조달할 수 있는데다 인건비가 저렴해 한국보다 20%이상 싸게 생산할 수 있다. 98년에는 21인치 및 25인치 브라운관은 중국내 판매실적 1위를 기록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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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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