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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월 11일] 보복 무서워 민원 못하는 기업환경
박시룡기자 srpark@sed.co.kr
상당수 기업인들이 담당 공무원의 보복이 두려워 제도상의 문제점이나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기업환경이 여전히 후진적 관료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이 단골메뉴가 돼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체감 규제는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 기업호민관실이 최근 정부 규제개혁 관련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다'는 대답(복수응답)이 43.4%로 가장 많았고 '번거롭기 때문에'가 38.4%, '꺼림칙해서'가 29.6%로 나타났다. 여기서 '꺼림칙해서'라는 응답과 관련해 호민관실은 "행정기관의 보복을 우려해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실제로는 민원을 냈다가 보복을 당한 경우와 같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이 정부와 공무원들을 여전히 어렵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피상대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규제ㆍ권한을 쥐고 있는 일선 공무원의 의식과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규제개혁이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와 같은 정책적 노력이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수도 있다. 기업인들이 제기하는 민원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공익을 위해 사적 이익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원 또는 이의를 제기했다고 해서 실제 보복을 당하거나 또는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 사업 과정에서 느끼거나 경험한 불합리한 제도ㆍ문제점을 지적하다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오히려 면박을 받거나 괘씸죄에 걸려 보복을 당했다는 민원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민원이 있어도 후환이 두려워 공무원 눈치를 봐야 하는 관료주의 풍토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민원 제기 기업인들에게 보복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담당 공무원 또는 해당기관을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매년 각 부처가 보복금지 규정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공무원에게 제대로 교육했는지 등을 평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미국의 '내셔널 옴부즈맨' 제도는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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