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내주기만 한 오바마 訪日

센카쿠 분쟁 日 손 들어줬지만 TPP 합의 실패

"외교정책 또 차질" 비판 쏟아져


출발부터 삐걱거리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일정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외상' 외교로 막을 내리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내줄 것은 다 내줬으면서도 정작 받아야 할 것은 받지 못하고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일 목적은 안보 면에서 일본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교착상태에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일본과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아시아에서 미국의 확고한 위상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교 면에서 비난여론에 시달린 오바마 대통령은 방일 기간 중 '아시아중시(Pivot to Asia)' 외교정책의 핵심인 TPP 교섭에서 성과를 내는 데 신경을 곤두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출국 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센카쿠열도에 대한 미일안전보장조약 적용을 명언하는 등 일본의 안보정책에 힘을 실어주며 미일동맹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일갈등에서 확실하게 일본 편을 들어주는 대신 TPP 교섭에서 양보를 얻는 '빅딜'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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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 확실한 안보 약속을 내줬음에도 일본 체류 중에 TPP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TPP 담당상은 2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미일 간 주요 현안에 대해 대체적인 길은 확인했다"면서도 "(이번 교섭에서) 진척은 있었지만 원칙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일 정상회담보다 하루 늦게 오바마 대통령 출국 직전에야 발표된 미일 공동성명은 센카쿠 문제에 대해 "미일안보조약은 센카쿠를 포함해 일본 시정하에 있는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고 명기한 반면 TPP에 대해서는 "양국은 높은 수준으로 포괄적인 TPP를 달성하기 위해 대담한 조치를 취한다"며 "타결까지는 아직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는 미일 정상이 센카쿠를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하는 첫 문서다. 성명은 또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에 대해서도 "미국은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문구와 함께 미국이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 등 일본의 새 에너지 기본계획을 환영"하며 "일본이 상임이사국에 포함되는 형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개혁되기를 기대한다"는 등 미국이 일본을 전면적으로 밀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성명 발표 후 기자들에게 "획기적인 성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방문기간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오바마 외교정책이 또 한 차례 차질을 빚었다고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TPP가 아베 정권의 경제개혁 의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넓히려는 오바마 외교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TPP 합의가 도출되지 못함으로써 호화로운 만찬과 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빈방문에 '쓴 뒷맛'이 남게 됐다고 평했다. 특히 이날 아소 다로 재무상은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의견을 정리할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지 않다"며 "TPP는 어차피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답이 안 나올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일본이 미국의 정치상황을 의식해 당분간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금 당장 일본이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대로 TPP 문제에서 합의를 이룬다고 해도 미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간선거까지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CNNfn은 "오바마 대통령이 신속한 의회 비준을 장담할 수 있기 전까지 아베 총리로서는 농업·서비스·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에 응할 인센티브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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