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판대에 선 신용카드] 업종마다 수수료율 들쑥날쑥 주먹구구식 책정이 불신 더 키워

<중>카드수수료 성장의 과실인가 탐욕인가<br>유흥주점 4.5%이지만 주유소·종합병원은 1.5%<br>카드사 수수료 산정기준이 합리적인지에 초점 맞춰야<br>수수료 수익구조도 불투명, 스스로 원가분석 공개해야


카드사가 여론의 심판대 위에 올라선 데는 수수료 체계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가맹점들은 카드사가 책정한 수수료율이 높다며 인하를 요구한다. 반면 카드사는 추가 인하는 수익성을 따질 때 무리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양자가 팽팽히 대립하면서 애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신호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카드사는 수수료율 인하 이후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며 수익 보전에 나섰다. 그렇다면 수수료와 그에 따른 대규모 이익은 여론의 질타처럼 탐욕의 산물일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실일까. ◇주먹구구 수수료 책정=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의 수수료 논란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수수료 체계에 합리적 근거가 결여된 점은 맞지만 그렇다고 탐욕으로 몰고 가기에는 어폐가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조차 "'무조건 비싸지 않느냐, 탐욕이다'라는 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수료 책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이 때문에 비싸고 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산정기준이 합리적인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일례로 신한카드는 유흥주점에 4.5%, 주유소와 종합병원에는 1.5%의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다. 이 3%포인트의 격차를 두고 카드사는 ▦매출규모 ▦수익기여도 ▦대손율 ▦민원발생빈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게 자영업자 수수료율이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제과점을 차린 후 이를 제과점으로 등록하느냐, 음식점으로 등록하느냐에 따라 수수료율은 달라진다. 가맹점이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하면 낮춰주기도 한다. 수수료율 책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불투명한 가맹점 수수료 수익구조도 문제=삼성카드를 제외한 대다수 전업계 카드사들은 분기 및 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수익원별 수익을 밝히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의 재취합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2% 부족하다. 수익, 즉 매출은 공개하지만 비용을 제외한 순익은 제시하지 않는다. 카드사가 수수료로 어느 정도의 순익을 얻었는지 알 수 없는 셈이다. 카드사들은 계속되는 수수료 인하로 더 이상 가맹점 수수료로 남길 게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장만 할 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조차 상반기 총수익 1조4,205억여원 중 가맹점 수수료 비중은 35.85%(5,092억원)라고 밝혔지만 순익이 얼마인지는 내놓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순익을 밝히기 위해서는 원가를 먼저 책정해야 하는데 비용으로 반영해야 하는 항목이 워낙 많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드사 스스로 원가 계산해 불신 뿌리 뽑아야=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0월25일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원가분석용역을 금융연구원에 의뢰했다. 논란이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사실 수수료 논란은 늘 있어왔다. 그때마다 원가분석 시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협회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카드 수수료 체계란 매출ㆍ대손율 등의 각종 항목이 실타래처럼 엮여 있어서 회계학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카드사 고위임원은 "금융연구원 용역뿐만 아니라 개별 카드사가 회계법인 등을 통해 수수료 원가분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수료도 '가격'이고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져야 한다"며 "수수료 원가를 계산하는 시도가 외부의 강압이 아닌 업계 스스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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