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라디오 연설에서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각에서는 6∙2 지방선거의 여당 참패로 정부의 정책방향이 지속 성장에서 친서민 중도실용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오는 24일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 조치에서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들이 대폭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패배에 따른 민심수습 차원에서라도 정부 경제정책의 온기가 서민층에 깊이 퍼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라디오 연설을 통해 후반기 국정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한 만큼 경제팀도 당장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그 쪽으로 맞춰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증세 추진 제동…일자리 창출 등 서민정책 강화=우선 재정건전성 강화를 원칙으로 증세바람을 일으키려던 정부의 발걸음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선거 패배로 정부정책의 추진 동력이 상실된 것은 물론이고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세에 바탕을 둔 세제개편안을 밀어붙여 자칫 7∙28 재보선에서도 패배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선거 과정에서 부자감세로 도마 위에 오른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추가 인하는 사실상 좌초위기에 놓였다.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추가 인하는 민주당이 선거공약으로 조치 철회를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증세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서민정책 강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과 무상급식 확대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증세 정책 추진은 선거 패배로 사실상 난관에 봉착했다"면서 "일자리 창출 정책의 계속 추진을 비롯해 미소금융 지점 확대, 무상급식 대상 확대 등 친서민 정책에 대한 검토작업에 이미 들어갔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등 부동산 활성화 차원에서 강력히 규제해왔던 주택대출금리도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께서 지방 건설업계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시고 보금자리주택 시행에 일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확대를 위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방통행 지적 수용…중도실용 카드로 국정쇄신=정부는 일방통행하는 인상을 주는 정책들도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에 따른 이해당사자 간 갈등 유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시행보다는 내년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약사와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 간 갈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안도 중소기업 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일부 재정 부문에서 시행되고 있는 중소기업 분야의 대출 회수와 보증 축소도 일단 템포를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모든 정책들은 이미 정부의 일방통행으로 비쳐지고 있어 강행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당국의 한 관계자는 "중도실용은 일방통행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있는 경제정책들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중도실용 카드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지난해 경험도 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여당은 5곳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여당 내에 국정쇄신 요구가 거세졌고 이에 청와대가 중도실용 노선을 꺼내들었다"면서 "그때 처방은 적중했고 20%대에 머물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수준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