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사복 거품빼기 성공하려면

“연중 세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과연 세일 없는 그린프라이스 제도가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는 11일부터 롯데백화점이 그린 프라이스 제도를 확대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남성정장업체의 한 관계자가 내뱉은 하소연이다. 연간 세일기간이 250여일이나 될 정도로 사실상 연중 세일을 해오던 신사복의 판매관행에 젖어 있는소비자들이 제품가격을 낮춘다고는 하지만‘노 세일’ 판매를 쉽게 받아들일 수있겠냐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양복 제값 주고 사면바보’라는말이공공연할정도로비정상적인상시세일판매는하나의관행으로굳어져왔다. 이처럼남성정장의가격구조가소비자불신을받게된데에는백화점과제조업체 어느 누구도그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수없다. 백화점은매출확대를위해제조업체에상시세일을종용해왔고제조업체는세일판매를감안해제품에과도한마진을붙여온게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백화점을 필두로신사복 거품 빼기가 본격화하고 있지만이같은 움직임이 진정으로 성공하기위해서는 제조업체·백화점·소비자 모두 변해야 한다는 전제가깔려있다. 백화점은 제조업체와 충분한 공론을 거치지 않으면 가격결정권의 헤게모니를 쥐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가격거품해소라는 대의명분에는 공감하지만 수수료 인하나 인센티브 등에대한 명확한 제시 없이 추진하다보면 유통업체의 횡포라는 얘기가 또다시 나오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도이왕가격인하에동참하기로한이상소비자들에게신뢰를심어줄수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다. 신사복업계의 상시할인에 도대체 진짜 가격이 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터뜨리면서도 정작 추가할인 없이제값 주고 사려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지않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제값 주고 사는데 익숙해져야만 상호 신뢰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신사복부터 시작된 의류거품빼기의첫출발이 여성복과 잡화등다른 부분으로도 성공적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소비자의 역할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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