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 "중국 WTO 가입 허용" 급선회

미 행정부는 13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당초 오는 11월에 열기로 한 협상을 앞당겨 이달말 베이징에서 재개키로 했다.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이날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와 전화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두 나라는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완전한 시장개방과 WTO 가입을 위해 협상을 신속하게 진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협상은 다자간 협상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미 WTO 가입조건으로 통신·보험·항공 등의 시장개방을 약속했다. 따라서 중국의 최인접국인 한국은 방대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클린턴·주룽지 회담에서 중국의 WTO 가입에 합의해주지 않았던 미 행정부가 닷새 만에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잘못을 인정한 때문이다. 미국은 또 코소보 사태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중국에마저 등을 돌릴 수 없는 국제역학적인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며칠 사이에 미 행정부는 중국문제에 대해 갈팡질팡해왔다. 주룽지와 회담을 갖기 하루 전인 7일 아침 클린턴은 『중국의 WTO 가입은 미국에 이익이며 이를 허용치 않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며 의회와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날 저녁 클린턴은 실무협상팀에 대해 중국의 완벽한 개방약속을 얻어내라고 지시했고 다음날 회담에서 중국으로부터 95%의 양보를 얻어냈지만 끝내 WTO 카드를 던지지 않았다. 클린턴이 주룽지에게 선물을 주지 않은 이유는 WTO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안 때문이었다. 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의 무제한 개방을 이끌어내면서도 자국 섬유산업에는 발목이 잡혀 있었다. 미국은 WTO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남부 섬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쿼터제를 중국에 양보하지 않았다. 또 클린턴은 중국의 인권문제와 핵기술 절취설을 협상에 연계하라는 의회의 요구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었다. 회담을 마친 후 주총리가 미국을 강력히 비난하며 이미 양보한 내용을 철회할 듯한 의사를 보이자 미 행정부는 방향을 급선회했다. 중국의 개혁파 중심 세력인 주총리를 곤경에 빠뜨려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미국 언론에서 제기됐다. 또한 중국이 미국에서 거절당한 후 유럽과 일본을 통해 13년째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 하자 미국은 다급해졌던 것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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