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일(53·연수원 9기) 서울종합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법조계에서 소문난 ‘시(時)테크 전도사’다. 출퇴근 때는 물론, 법정 밖에서 변론 순서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도 절대 허비하는 법이 없다. 윤 변호사가 시테크 전도사로 나선 것은 바로 ‘소설’ 때문이다. 법정을 오가며 소설을 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어, 자투리 시간을 소설 구상을 하는 데 활용하기로 한 것. 그는 지난 1992년 국내 법조계의 뒷얘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하얀나라 까만나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2~3년에 한번 꼴로 꾸준히 소설책을 써오고 있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윤 변호사를 꼭 ‘소설쓰는 변호사’로 칭한다. 윤 변호사는 “수많은 의뢰인들을 만나면서, 변호사나 판사, 검사 등 법조인들이 얼마나 일반인들에게 동떨어진 존재인가를 깨닫게 됐다”며 “법조계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리기 위해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굴지의 은행과 법무법인(로펌)을 장악하려는 외국 자본의 음모를 묘사한 ‘보이지 않는 제국’(지상사)을 펴냈다. 외국의 헤지펀드에 거액을 투자해 큰 손실을 입은 국내 은행이 외국의 ‘기업사냥꾼’에 먹히는 과정과 그 음모에 휘말린 로펌 변호사들의 활약을 실감나게 그린 책이다. 그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외국 자본의 속성과 법률시장 개방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국내 로펌들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현재 대한변협 신문편집장 겸 공보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 격주간지로 발간되던 대한변협 신문을 주간지로 바꾸고 기사의 질을 높일 수 있었던 데는 윤 변호사 특유의 작가적 기질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한국의 ‘존 그리샴’으로 불리는 윤 변호사가 다음엔 어떤 역작을 내놓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