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13일 한국은행에 대한 금융기관 검사권 부여방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에 금융기관 검사권을 부여하기 위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 간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특히 정무위와 재정위가 각각의 소관인 금융위원회와 한은의 대리전에 빠져들어 한은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도 불투명하게 됐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한은의 금융기관 검사권 도입을 규정한 한은법 개정에 대해 이 같은 위원회 차원의 반대입장을 정리해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실 등 정부 관계 부처에 송부하기로 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 내내 한은의 금융기관 검사권 도입에 긍정적 입장인 재정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부 의원들은 한은의 검사권 도입에 대한 금융위와 한은 간 다툼이 '기관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기관장을 질타했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재정위에서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무위에서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고승덕 의원은 "한은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기관 이기주의 악법"이라면서 "한은이 제2의 금융위 금감원이 되겠다는 것은 굉장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우리 위원회에서는 반대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으며 같은 당 조경태 의원도 "시의 적절하지 못한 법안"이라고 반대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통합 감독기구를 가진 나라에서 단독 검사기능을 중앙은행에 부여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금융시장 안정 문구 추가의 경우 "그렇다면 금융시장 안정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귀속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며 현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금융위의 입장은 한은에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권을 부여하면 현재의 금융기구 체계를 전면 재편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재정위는 오는 21ㆍ22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거쳐 23일 전체회의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재정위는 한국은행과 이해상충 관계에 있는 금융위를 소관으로 둔 정무위의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