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란만은 막아야

조흥은행 사태가 노ㆍ정의 대결로 정면충돌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조흥은행 노조가 기습적으로 파업에 들어감으로써 불붙은 이번 사태는 오는 30일 금융노조가 동조파업을 선언, 자칫 금융대란마저 우려되는 참이다. 여기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이 지원에 나서 이제 조흥은행 사태는 정부와 노조가 서로 마주보고 달려오는 열차의 형국이 돼버린 것이다. 파업이 이틀째 계속되면서 고객들의 피해와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벌써 예금인출 사태마저 일어 유동성위기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파업 첫날인 지난 18일 하루동안 8,600억원이 빠져 나갔다. 파업방침을 밝힌 지난 11일 이후 1주일 동안 무려 2조1,700억원이나 이탈한 것이다. 조흥은행 전체 원화예수 규모가 35조원대 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인출규모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현 추세대로 인출 러시가 계속 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걱정된다.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은 사실 뚜렷한 명분이 없다. 정부의 매각방침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은행의 대형화라는 시대의 흐름에도 어긋나질 않는다. 현재 맞서 있는 부분은 매각방식과 시기를 둘러싼 견해차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은 노조가 굳이 파업이라는 극약처방을 동원한데 대해 공감하질 않는다. 정부에서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느 면 집단 이기주의나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금융노조는 물론 양대노총까지 가세함으로써 조흥은행 사태는 노ㆍ정의 대결로 성격이 변질돼버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대란도 걱정해야 될 판국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모두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 이 같은 와중에서 증권시장이 살아나는 것 같은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에 힘입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 한 가닥 희망을 갖게 해 주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이들의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대외적인 신인도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금융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때 고객들이 당하는 피해와 고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조흥은행 노조는 파업을 중지하고 직장에 복귀해야 한다. 양대노총이나 금융노조도 이번사태를 국가경제라는 관점에서 대국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노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참여정부`도 출범하면서 노조의 기대수준을 너무나 부풀리게 한 실수를 범했다. 정부는 국정이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감안, 앞으로의 국정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관련기사



이종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