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협상 마지막 날인 27일 오후 5시30분께 4인 회담을 속개해 밤 12시까지 6시간 30분 동안 마라톤 협상을 계속했지만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회담 종료 직후 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먼저 회담장을 나섰다. 이 의장은 취재진에게 “국보법과 과거사법을 논의했지만 근본적으로 현격한 시각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쪽 모두 고통스러웠다”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도 회담 후 별다른 말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박 대표는 곧바로 승용차로 귀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시 만날 약속은 없었지만 국보법에 대한 양당 입장이 정리되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총총히 국회를 떠났다. 4인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사흘을 남겨둔 연말 임시국회는 파국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협상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회담이 시작된 지 5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0시40분께부터 표면화했다. 회담장 밖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그냥 집에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회담장 옆방에서 우리당 유인태 의원과 귀엣말을 나눈 이부영 의장도 “전혀 진전이 없어 합의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당 유 의원과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회담장 근처에서 따로 만나 막바지 절충점을 찾기 위해 분주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실 오후의 협상 초반만 해도 회담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적지 않았다. 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가부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막판 타결 가능성이 점쳐졌다.
또 회담 중 한나라당이 국보법 명칭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때 “대체입법으로 의견이 접근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과거사법과 관련해서도 회담에 배석했던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사실상 세부적인 몇 가지 내용만 남았다”고 말해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음을 내비쳤다.
물론 이날 오전에는 회담 결렬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여야가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4인 회담을 취소한 채 상대에게 “진전된 안을 가져오라”며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예 회담조차 못 열리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었다. 따라서 4인 회담은 오전 비관, 오후 회담 속개 후 낙관으로 춤을 추다가 결국 결렬된 것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