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려되는 회계법인 영세화

최근 들어 회계법인들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회계법인은 모두 125개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개, 지난 2010년보다 12개 늘어난 수치다.

이중 삼일ㆍ딜로이트안진ㆍ삼정KPMGㆍ언스트앤영한영 등 4대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4,943명으로 전체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58.4%를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0.2%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전체 회계법인에서 차지하는 4대 회계법인의 매출 비중도 55.3%로 전년보다 2.4%포인트 감소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회계감사 업무가 기존의 4대 회계법인 위주의 과점체제에서 점점 탈피하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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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과점의 해소를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회계법인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회계감사 수임료 덤핑 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자와 통화에서 망설임 없이 "최근 비교적 규모가 큰 A회계법인에서 소규모의 B회계법인으로 외부감사인을 바꿨다"며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점체제가 완화되고 있는 게 소규모 회계법인의 감사 능력 향상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기업이 비용절감에 나선다는 게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부실 감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놔둘 일이 아니다. 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이면 회계인력 투입 기간과 규모도 절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적했다.

특히 여전히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회계감사의 질적 저하 가능성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2009년 이후 금융당국에 회계조작을 들켜 외부감사인 지정조치를 받은 기업이 98개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회계법인 선진화를 위해 회계품질경쟁 강화, 중소형 회계법인의 합병지원 등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회계법인의 수임료 덤핑 경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부실감사를 막기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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