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월1일] 희망·용기·협력으로 불황 파고 넘자

어지럽고 힘들었던 ‘쥐의 해’ 무자년이 가고 ‘소의 해’ 기축년이 밝았다. 새해 아침에는 마땅히 희망과 소망을 담은 덕담이 제격이지만 올해는 그럴 사정이 못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연초부터 먹고 사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당장 눈앞에 펼쳐진 길고 고통스러운 불황의 늪을 애써 외면하는 것 역시 용기도 아닐 뿐더러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 2007년 초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다소 생소한 충격이 점차 괴물로 변해 마침내 전세계 금융시장을 혼란과 공포로 몰아넣었고 이제는 돌풍으로 변해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실물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 넘을 확고한 비전 필요 그 와중에서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ㆍ일본 등 선진권 경제도 수많은 은행들과 거대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하는 가운데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새 중심축인 중국조차 성장률 반토막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대공황의 공포감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해외시장에 의존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주가와 집값 폭락, 환율급등, 극심한 자금난의 충격 속에 환란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수출이 뭉텅뭉텅 줄어들면서 4ㆍ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저앉은 데 이어 새해 상반기에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으로도 잘해야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고통의 정도를 짐작해볼 뿐이다. 미국ㆍ중국 등 주요국들이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위안이다.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잘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는 지금까지 날개조차 펴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하자마자 불거진 인사파동, 촛불시위 등에 주춤거리다 뒤이어 밀어닥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연타를 맞는 사이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로 닥쳤다. 경제위기 극복의 정상에 있는 책임자들이 좀 더 빨리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선제대응에 나섰더라면 이보다는 나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2008년 말부터 이명박 정부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4대강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속도전에 나설 기세지만 국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바람에 국민의 불안과 좌절감은 커지고 있다. 이래서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넘기 어렵다. 몇몇 국가의 환란과 달리 글로벌 위기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각자 능력껏 헤쳐나가야 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위기에 맞설 각오와 준비조차 제대로 안돼 있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너스 성장이 길어지면서 실직자들을 쏟아낼 고통스러운 기업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실상 300만명을 웃도는 실업대란은 경제사회적으로 어떤 충격을 몰고 올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고 불황의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확고한 비전과 함께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책임감과 열정으로 재무장해 난국을 돌파해나가는 리더십과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회는 이성부터 되찾아야 한다. 위기극복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훼방을 놓고 발목을 잡는 구태라도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금배지를 달게 해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정부, 리더십 발휘해 국민역량 모아야 기업과 근로자도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언제 끝날지 모를 불황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이번 기회를 고질적인 갈등과 불신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거품이 빠지고 경제가 살아날 때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지면 국민 누구도 고통과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유 있는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누구 한 사람 또는 일부의 노력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역량을 모아야 하는 것이 절실한 이유이다. 희망을 잃지 말고 용기와 협력의 저력을 발휘해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는 한국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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