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한국만 비싸게… 괘씸한 BMW
수입차 1위 BMW, 한국 소비자는 봉업계 가격 인하 붐에도뉴7시리즈 등 되레 올려나홀로 '배짱 마케팅'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수입차 부동의 1위 BMW코리아가 업계의 가격 인하 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팔 때마다 마진이 큰 1억원 초과 고가 모델의 가격을 더 많이 올리면서 이윤 극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격을 올려도 인기가 좋은 수입 명품 브랜드처럼 한국 고객들을 봉으로 보는 행태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13일 BMW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뉴7시리즈의 가격은 트림별로 최대 1,000만원 넘게 올랐다. 기존 7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인 뉴7시리즈는 뉴 730d가 1억2,030만원에서 1억2,460만원으로 430만원 인상됐다. 뉴 750Li와 뉴 750Li x드라이브의 경우 신형이 기존 750Li(1억7,400만원), 750Li x드라이브(1억7,730만원)에 비해 각각 1,030만원씩이나 올랐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첨단 기능의 장치가 새롭게 적용되고 강력한 성능에 획기적으로 향상된 연료 효율성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뉴7시리즈는 이로써 지난 7월 한국과 EU의 FTA 발효 2주년에 맞춰 관세 인하분이 적용되며 730d가 1억2,200만원, 750Li가 1억7,650만원에서 각각 가격을 내린 것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게 됐다. 이들 모델은 최근 개별소비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160만원에서 200만원 인하되는 데 그쳤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말 X6의 부분 변경 모델인 뉴X6를 내놓으면서도 가격을 올렸다. X6의 고성능 모델인 X6 M이 1억5,790만원에서 1억6,330만원으로 변동되는 등 최소 190만원에서 최대 540만원까지 인상됐다. 기존 사양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데 비해 가격 인상폭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BMW코리아의 행보는 최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져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이 완전 변경된 신차를 내놓으면서도 가격을 최대 1,000만원 이상 내리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아우디코리아는 A4를 개선한 뉴A4를 출시하면서 순정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등을 추가했지만 가격을 기존과 동결하거나 오히려 30만~170만원 내렸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부분 변경된 신형 CC를 내놓으면서 2.0 TDI 블루모션의 경우 5,110만원에서 4,890만원으로 낮췄고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를 추가 적용해 4,790만원에 팔고 있다.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파사트는 최근 신차가 출시됐지만 480만원(2.0 TDI 모델)이나 싸졌다. 한국토요타는 올해 초 뉴캠리의 가격을 구형보다 가솔린은 100만원, 하이브리드는 300만원 낮게 책정했다. 렉서스 모델들은 신형임에도 최고 1,000만원 이상 가격이 싸졌다. 올 들어서 수입차 시장에서는 통상적인 ‘신차=가격 인상’의 공식이 사라진 셈이다.
BMW는 이런 상황에도 홀로 가격 인상을 이어갔다. 동급에서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갖춰 따라올 대상이 없다는 자신감이자 확고한 1위 업체만의 배짱으로 보인다. BMW 7시리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나 아우디 A8에 비해 판매량이 높고 X6도 쿠페 스타일의 SUV로 국내에서 경쟁 모델이 거의 없다. 고가 모델 구매층이 가격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고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다는 점도 가격을 올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에 대해 BMW코리아는 “7 시리즈의 경우 LED램프, 8단 변속기 장착 등으로 2,000만원 이상의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며 “오히려 신차임에도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