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처음 맞는 '문화가 있는 날'

채미옥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화융성이 국정기조로 채택되고 지난해 7월 문화융성위원회가 출범했으나 문화융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을 접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느 관점에서건 공통적으로 직시해야 할 사항은 개발연대 이후 문화가 중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과 문화융성의 본질을 흐리지 않도록 성급한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각자가 가진 지혜와 경험을 보태 기본 틀을 바로잡으며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연 할인 등 문화 즐길 기회 늘려


문화융성정책의 지향점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개별적인 객체로서의 문화가 아니다. 설탕과 물, 소금과 물처럼 건조한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저변에 녹아들어 어디에서건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일상의 문화, 간이 잘 배어들고 숙성돼 고급 문화상품으로 재창조될 수 있는 문화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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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측면에서 이달 마지막 주 수요일 처음 시작되는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의 문화권'을 실천하는 정책의 하나다. '문화가 있는 날'은 한 달에 한번 고궁·미술관 등을 무료로 관람하고 각종 공연이나 영화관·스포츠경기를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도록 문화의 담장을 낮춘 날이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수수한 옷을 입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여줌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수요를 높여 문화인력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더 질높은 문화공급으로 이어지는 문화의 선순환구조를 만들려는 시발점이다. 올해 안으로 시행될 문화누리카드제도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좀 더 많은 문화·여행·스포츠관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예술인 산재보험료 지원확대와 같은 예술인 복지제도도 계획돼 있어 서서히 문화융성정책의 추동력이 불어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지역민의 손으로 지역의 풀뿌리 문화를 살려내기 위한 지역문화진흥정책은 지역이 세계와 접속하는 문화발신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지역 문화인들의 희망을 가시화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문화융성은 이와 같은 문화예술 내적정책만이 아니라 교육·국토관리 및 개발제도 등 다양한 제도와의 조율과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추진해야 할 부분도 많다. 학교에서부터 문화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개발지향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각종 개발제도와 공간계획제도에 문화적 패러다임을 접목해 국토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제도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수요→고용확대 선순환 계기되길

이를 통해 5,000여년 동안 이 땅을 거쳐 간 선조들의 삶의 흔적과 기억들을 가지런히 살려내고 이를 다양한 문화시설과 문화콘텐츠로 연계해 우리의 일상생활공간과 조화시킬 때 문화활동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현장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관광상품으로 확산돼나갈 수 있다. 문화의 시대가 진전되면서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문화융성은 문턱을 낮춰 누구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다양한 활동이 문화로 생성될 수 있는 개방적인 제도환경을 만들고 경직적인 문화인식을 벗어나 누구든 문화를 만들고 가꿔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을 때 고부가가치로 돌아올 수 있다. 처음 맞는 이번 '문화가 있는 날'에는 국립극장 특별공연을 보면서 명절증후군이 아니라 내 손으로 전통문화를 이어받고 다듬는 시간으로 맞아들일 수 있도록 설맞이 마음 준비를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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