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6일 인사 청탁 등을 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듣는 가슴 시원한 말이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 당선됐을 때 '청탁문화' 청산을 다짐했으나 제대로 이를 실천한 사람이 없다. 오히려 친인척관리를 잘못한데다 납득할 수 없는 인사 등으로 '불행한 대통령'이 된 사람도 여럿 있었다. 노 당선자는 초심을 잃지 말고 인사 등 각종 청탁에 단호히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우리사회는 출세나 사업을 하려면 '배경'이 있어야 한다거나 적어도 지역이나 핏줄이라도 잘 타고 태어나야 한다는 자조적인 말이 당연한 듯 회자되어 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 아들 등 권력자 주위에는 각종 '청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능력 있는 사람이나 양심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다반사처럼 되풀이 됐다. 그래서 사회가 뒤틀리고 꼬였던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지역감정 및 부패 등의 각종 부조리 몸살도 공평성을 잃은 인사에서 비롯됐다. 정부요직의 인사발표가 나면 능력과 관계 없이 출신지역 및 고등학교부터 따졌다. 장관이나 장성들의 출신지역 숫자까지 일일이 비교,인사의 잘잘못을 평가했다.
이것은 그 동안의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고 학연 지연 등에 좌우되고 편파적으로 이뤄진 데서 비롯된 부작용이다.
현재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투명한 사회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 건설도 인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청탁이나 출신지역 등에 따라 요직에 발탁되고 이권사업을 맡는다면 사회는 혼탁해지고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한 희생자들의 불만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좌절, 지역감정 등의 폐해를 우리는 신물이 나도록 맛보았다.
노 당선자가 청탁문화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깊이 인식한데다 각종 개혁 등의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첫 노력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잘못해 아들이나 형제 등을 감옥으로 보내야 했던 대통령을 우리는 여럿 보았다. 이것은 대통령의 친인척관리 없이는 청탁문화 청산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성공한 대통령'도 인사를 얼마나 공평하게 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노 당선자의 다짐처럼 공정하고 개방적인 인사제도를 만들고 우리사회의 암이라고 할 청탁문화와 연고주의를 타파,능력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밝은 사회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 건설도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제도 마련 못치 않게 통치권자의 변하지 않는 의지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